설기현(32, 울산 현대)이 결승골을 넣으며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 원정의 악연을 끊었다.
설기현은 2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포항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플레이오프(PO)에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 후반 27분 선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울산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설기현에게 포항은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악연이라고 할 수 있다.

설기현은 지난 시즌 개막 전 유럽에서 생활을 청산하고 포항에 입단했다. 설기현은 정규리그 16경기에 출전해 7득점 3도움으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중요한 순간에 부상을 당하는 등 포항과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팬들은 설기현을 위로 하며 2011 시즌을 기약했다.
그렇지만 2011 시즌 설기현은 포항 소속이 아니었다. 설기현은 올해 2월 돌연히 울산으로 이적, 포항과 팬들을 분노케 했다. 포항과 팬들의 설기현에 대한 반발감은 대단했다. 지난 4월 23일 포항서 열린 울산과 경기에서 그 모습은 확연했다. 팬들은 설기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와 함께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 설기현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며 대금 청구서까지 적어 설기현을 자극했다.
그래서일까? 설기현은 포항 원정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소속팀 울산도 0-2 패배라는 쓴 잔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그러한 포항 팬들의 모습은 PO서도 연출됐다. 스틸야드를 가득 메운 포항 팬들은 설기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큰 소리로 야유했고, 비난의 문구를 적은 걸개를 걸어 설기현을 자극했다. 이 때문인지 설기현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트리며 포항을 좌절케 했다.

설기현은 후반 27분 자신이 모따로부터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서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결승골을 넣었다. 설기현의 결승골은 경기 내내 울산을 향해 맹공을 퍼붇던 포항을 주춤하게 만들었고, 결국 포항은 한 골을 만회하지 못한 채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 앞에 두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제 설기현은 부담감을 떨치게 됐다. 이번 시즌 최강의 모습을 보였던 전북과 승부가 남았지만, 포항과 대결서 자신감을 얻은 설기현에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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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