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전문' 김승규, 3년 전 포항전 선방 '재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1.26 16: 56

김승규(21, 울산 현대)가 페널티킥 두 개를 막아내며 포항 스틸러스를 다시 한 번 좌절케 했다.
김승규는 지난 23일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준 플레이오프(PO)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 결장을 하게 된 김영광을 대신해 26일 포항과 PO에 골키퍼 장갑을 꼈다. 그러나 김승규의 순발력 만큼은 인정을 하되, 김영광에 비해 경기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렇지만 김승규는 주위의 걱정을 말끔히 불식시켰다. 말 그대로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포항에 패배를, 울산에는 1-0 짜릿한 승리를 안기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선물한 것이다.

김승규의 선방은 전반 8분부터 시작됐다. 고슬기와 이재성의 볼 다툼 도중 포항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득점 찬스를 잡은 것. 포항으로서는 앞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울산에는 이른 시간의 선제 실점으로 경기를 망칠 수 있는 상황.
페널티킥을 막아야 할 김승규는 부담감이 전혀 없는 듯했다. 김승규의 당당함 때문일까? 오히려 키커로 나선 모따가 흔들렸다. 모따는 킥 순간 디딤발인 오른발이 미끄러지며 공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 게다가 김승규가 공의 방향을 완벽하게 예측, 실점 위기에서 울산을 구해냈다.
김승규의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전반 24분 포항이 다시 한 번 페널티킥 찬스를 잡은 것. 이번 키커는 황진성이었다. 그렇지만 황진성도 김승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김승규는 황진성이 킥을 하기 전 오른손을 흔들며 심리전을 펼쳤다. 황진성은 김승규의 심리전에 말려서인지 가운데로 공을 찼고, 이번에도 여김없이 김승규가 슛을 막아냈다. 포항으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승규에게 포항은 좋은 추억이 있는 팀이다. 김승규는 2008년 포항과 6강 PO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 그는 당시 연장 종료 직전 김영광과 교체 투입됐다. 불과 18세에 불과하던 김승규를 투입하는 것은 파격적인 승부수였다. 김승규는 그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승부차기서 포항의 1·2번 키커 노병준과 김광석의 슈팅을 막아 울산의 4-2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제 김승규의 눈은 전북과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하고 있다. 비록 팀의 주전 골키퍼는 김영광이지만 자신에게 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한 김승규에게 그러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작은 기회라도 생기면 팀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의 120%로 돌려주는 선수가 김승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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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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