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180도루의 팀이었다.
스피드 차이가 곧 전력 차이였다. 삼성은 지난 26일 소프트뱅크와 아시아시리즈 예선에서 0-9 완패를 거뒀다. 탐색전 성격이 강한 경기였지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패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빠른 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게 뼈아팠다.
이날 소프트뱅크는 삼성 배터리 상대로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2회초 5득점 대량득점도 볼넷으로 출루한 선두타자 아카시 겐지가 도루를 성공시킨 게 시발점이었다. 2회 마쓰다 노부히로, 3회 이마미야 겐타가 차례로 도루를 성공시키며 쉴새없이 베이스를 노렸다.

5회가 결정타였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하세가와 유야가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계속된 1사 1·3루에서 3루 주자 하세가와와 1루 주자 아카시가 더블스틸을 감행했다. 하세가와가 득점에 성공했고, 2루에 진출한 아카시는 후속 이마미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삼성은 5회에만 더블스틸 포함 3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7-0 승부가 기운 6회에도 대주자 키도코로 류마가 2루 베이스를 훔치며 농락하다시피 했다. 5회까지 무려 6개 도루를 내준 삼성 포수 진갑용은 올해 도루저지율 3할5푼4리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주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했다. 하세가와가 3도루, 아카시가 2도루, 이마미야와 키도쿠라가 하나씩 훔쳤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에서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올해 무려 180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7년 세이부(200개) 이후 최근 14년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팀 도루 기록. 도루 실패는 48개로 도루성공률이 무려 78.9%에 달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의 발을 잡지 못했다.
올해 일본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60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혼다 유이치와 31도루를 기록한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정작 삼성전에서 도루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프트뱅크의 주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혼다와 가와사키 외에도 마쓰다(27개), 후쿠다 슈헤이(22개), 하세가와(13개), 키도코로(10개) 등 두 자릿수 도루만 6명이다.
삼성으로서는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수 있다. 폭발적인 주력을 제대로 실감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승에서 다시 소프트뱅크를 만난다면 삼성이 도루 허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물론 소프트뱅크와 재대결하기 위해서는 27일 예선 마지막 경기 퉁이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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