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가 먼저 프러포즈 했죠. 이 사람이 내 짝이다 싶었거든요".
끊이지 않고 이어진 모국과의 인연은 결국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했다. 커티스 정(39)은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거기서 야구를 배우며 선수의 꿈을 키우던 그는 모국으로 돌아와 해태 타이거즈에 테스트 끝에 들어왔지만 곧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 스카우트, 코치 등을 하던 그가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함께 코칭스태프를 하며 알고 지냈던 제리 로이스터가 롯데의 새로운 감독으로 결정됐고, 로이스터의 요청에 따라 특별보좌관으로 롯데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열정적인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로이스터 감독 곁에서 차분하게 통역을 진행하는 커티스 정의 모습은 팬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렇게 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길 3년, 로이스터 감독이 미국으로 떠나자 커티스 정도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언제 다시 한국과의 인연이 찾아올 지 예감하기 힘들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극동아시아 스카우트를 맡기며 다시 연을 이어가게 됐다. 결정적으로 그를 한국에 붙잡아 둔 것은 사랑에 빠지게 된 한 여인이었다.
커티스 정은 26일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공진주(27)씨와 백년 가약을 맺었다.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서 이야기 하기가 쑥스럽다"며 이야기 꺼내길 주저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공씨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11월 부산이었어요. 소개팅 같은 건 아니었고 그냥 지인을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그녀와 함께하게 됐죠.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니 좋은 사람이다 싶어서 계속 함께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프러포즈도 그가 했다고 한다. "남자가 먼저 프러포즈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먼저 했죠"라고 말한 그에게 예비신부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물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대답 하나요"라고 난처해 하던 그는 이내 곧 "무엇보다 저를 이해해 주는 성품이 너무 고마웠어요. 저보다 나이는 조금 많이 어리지만 항상 저를 배려해주는 그녀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으로 '내 짝이다' 싶어서 주저하지 않고 프러포즈 했죠".(웃음)
사랑의 힘은 커티스 정을 부산에 잡아놓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바쁘게 생활하던 그는 결혼 후 당분간 부산에 머물며 신혼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혼부부가 가장 기대하는 것, 바로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평소 아내와 가고 싶었던 프랑스 여행을 일주일 정도 할 예정이에요. 가능하면 니스 해변도 가 보고요".
한국에 계속 머물면서 한국 야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되진 않을까. 그는 "내년 까지는 텍사스와 계약이 되어 있어요. 일단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그래도 인연이 어떻게 닿을 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커티스 정과 한국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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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