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믿가믿’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삼성 외국인타자 라이언 가코는 단 1홈런에 그치며 중도 퇴출됐습니다. 당시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삼성 용병 선수들은 이름이 세 글자라야 잘 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요.
올 시즌만 국한해도 보면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라이언 가코의 한국 등록명은 ‘가코’, 카도쿠라 켄은 ‘카도쿠라’ 였습니다. 각각 두 글자와 네 글자. 가코는 개막 후 2개월 동안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았지만 1홈런에 그치며 교체가 결정됐고 카도쿠라는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한 기량저하 때문에 짐을 싸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대신해 들어온 ‘세 글자 외국인투수’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는 후반기 10승을 합작하며 삼성의 통산 5번 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역대 삼성에서 뛰었던 ‘등록명이 세 글자’ 외국인선수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발비노 ‘갈베스’는 2001년 리그를 지배하는 활약을 보였고 나르시소 ‘엘비라’는 2002년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스쿳 ‘베이커’는 1998년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고 찰스 ‘스미스’는 40홈런 넘게 기록한 거포였습니다. 여기에 제이미 ‘브라운’은 2006년 삼성 우승에 공헌했고 틸슨 ‘브리또’는 2002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활약은 이어졌습니다. 세 글자의 외국인선수가 두 글자나 네 글자를 등록한 선수보다 활약이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 나온 계기는 2008년 삼성 팬들의 혈압 상승에 일조한 웨스 오버뮬러와 톰 션 때문입니다. 특히 션은 7경기 등판, 6패 평균자책점 10.73으로 안 쓰는 것보다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너무도 많이 존재합니다. 삼성의 2006년 우승을 견인했던 팀 ‘하리칼라’는 네 글자이며 2001년 외야수로 활약한 매니 ‘마르티네스’ 역시 세 글자는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 삼성 관계자는 “라이언 가코를 아예 처음부터 ‘가코’가 아니라 ‘라이언’으로 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곤란한데요. 왜냐하면 이미 삼성은 2003년 ‘라이언’ 글린이라는 이름의 외국인투수를 기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라이언’은 15경기서 1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2를 올리고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실패한 외국인선수 이름을 물려주기 좋지 않을 것 같아 ‘라이언’ 대신 ‘가코’를 택했지만 중도 퇴출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고야 말았습니다.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