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따가 페널티킥(PK)을 놓치는 모습을 볼 줄이야...'.
황선홍 포항 감독이 아연실색했다. 모따가 지난 26일 울산 현대와 플레이오프(PO)에서 전반 8분 PK를 실축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알고 보니 황 감독이 놀랄 만했다. 정교한 왼발을 자랑하는 모따가 지난 2004년 K리그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PK를 실축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팀 동료 김기동에게 PK를 양보하라는 지시로 해트트릭을 포기하게 됐을 때 불만을 내비쳤을 정도로 PK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모따다.
모따는 8시즌 동안 총 8번의 PK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이번 실축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비하면 전반 23분 황진성의 실축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변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의 탁월한 선방이었다. 23일 수원 삼성과 준 PO 승부차기에서도 신들린 활약을 선보였던 김승규는 이번에도 모따의 슛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김승규는 "모따의 슈팅을 보고 막아낸 것은 아니다. 한 쪽으로 차게 유인한 다음에 막았다"면서 "오른손은 혼란을 주는 방법이고, 유인하는 방법에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 은퇴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그라운드에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황 감독은 경기장을 보수하는 업체에 두 가지 주문을 했다. 잔디를 최대한 짧게 깎고 경기 30분 전까지 충분히 물을 뿌려달라는 것.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응달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모따가 PK를 찬 지역이 그늘로 물기가 마르지 않았다. 이 덕에 모따는 디딤발인 오른발이 잔디에 미끄러졌고, 왼발에 힘을 완벽히 전달하지 못하면서 상대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그물을 치러갈 때 유독 그 지역이 질퍽질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불길한 느낌은 없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황 감독도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페널티킥을 놓친 것이 승부를 결정지은 변수 중의 하나였다"면서 "그러나 넣고 싶지 않은 선수가 어디에 있겠는가. 모따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씁쓸한 심정과 함께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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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