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한류가 일본 열도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 바로 수도인 도쿄다. 김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국제공항, 하네다에서부터 한류 열풍은 뜨겁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요즘 하네다 공항 입국장 안에는 늘 많게는 수 천명, 적게는 수 십명의 일본인 여성들이 진을 치고 있다. 수시로 입국하는 한류 스타들의 일정을 007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입수한 팬들이 단지 환영인사 몇 분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기다리는 것이다.
배용준-이병헌-장동건-원빈 등 한류 4대천왕 시절과 달리 이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중장년층 아줌마도 많지만 세일러복 여학생과 대학생, OL들도 젊은 세대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 관광객들을 맞이하러 하네다 공항에 매일 출입하다시피 하는 한 한국여행사 가이드는 "K-POP 열풍이 불면서 하루에도 몇 팀씩 한국 가수들이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들어온다. 유명한 한류스타일 때는 공항 근처가 마비될 정도지만 한국 사람인 나조차 모르는 신인들도 많은데 어떻게 아는지 일본 팬들이 늘 마중을 마온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네다공항 관계자들도 일부 한류 스타들에게는 특별 대접을 하고 있다. 동방신기와 빅뱅, 그리고 소녀시대, 카라, 2NE1 등 특급 아이돌들의 경우 일반 입국자들과 달리 전용 통로를 따로 열어준다. 좁은 공항 입국장에 엄청난 팬들이 몰리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도 고려한 배려다.
덩달아 일본인들이 한국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 느낌이다. 십 수년전 일본을 드나들 때, '한국이 도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냐'는 식으로 관심조차 안보이던 그들 대다수가 한국 국적기로 들어오는 한국 관광객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혹시 OO가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았느냐'고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모습도 흔치않다.
도쿄 시태로 들어가면 이제 코리아타운이 세를 불리고 있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한국식당 등이 몰려있던 아카사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한류거리, 신오오쿠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차이나타운 외에는 외국 이름을 붙인 거리가 없던 일본에서, 그 자존심 강한 일본인들 스스로 '한류거리' '코리아타운' 등의 별칭으로 부르는 중심가 지역이 갈수록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일본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아성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근짱 장근석의 도쿄돔 팬미팅 전날인 25일 오후 신오오쿠보를 찾으니 전철역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한류 거리는 골목들마다 가득찬 한국식당과 주점, 수퍼마켓, 화장품가게, 기념품점으로 대성황을 이뤘다.
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어 간판과 진열대 마다 쌓여있는 한국 상품들은 마치 일본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서울 명동 거리를 연상케 했다. 단, 이곳 신오오쿠보에는 한국인과의 비율이 역전됐다는 게 다를 뿐.
때마침 이날 밤 전진이 키우는 신인그룹 X5의 팬 사인회가 신오오쿠보의 한 대형 한국음식점에서 열렸는데 가게 앞에는 환영 플래카드와 X5 사진을 든 일본 여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 일본 여성은 한국에서도 아직 인지도가 낮은 그룹을 어떻게 알고 팬이 됐냐는 질문에 '인터넷과 방송을 보고 한국의 신인 아이돌그룹을 탐구한다. 그 중에서 장래가 유망한 신인그룹을 찾아 팬으로서 이들을 열심히 응원하려는 (나같은) 일본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신오오쿠보 거리를 걷다보면 한류 아이돌의 경제적 파급력이 새삼 얼마나 크고 강력한 가를 여실히 알수 있다. 한국 화장품 가게마다 '한국 걸그룹 미녀들처럼 예뻐진다'는 광고 문구 아래 가판대마다 일본 아가씨들로 넘쳐나고, 대형 한국수퍼마켓에는 한국 라면과 과자, 그리고 김치 등 식재료를 사려는 장바구니 아줌마들로 혼잡했다.
한류 아이돌이 바꾸는 일본 도쿄의 거리 문화를 하네다공항과 신오오쿠보 거리에서 온 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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