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리즈] 日기자가 밝힌 아키야마 감독의 '발야구'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1.27 11: 55

삼성 라이온즈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긴 소프트뱅크 호크스 아키야마 고지(49) 감독의 발야구. 그러나 매일 아키야마 감독의 뛰고 또 뛰는 야구를 본 일본 기자들은 "올 시즌 내내 본 소프트뱅크 야구"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6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1아시아시리즈' 소프트뱅크와 예선에서 0-9 완패를 당했다. 삼성은 오늘(27일) 퉁이 라이온스와 경기에 초점을 맞추며 승리에 집착하지 않았지만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패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선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삼성은 아키야마 감독이 추구하는 발야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날 소프트뱅크는 삼성 배터리 상대로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2회초 2회초 5득점 대량득점도 볼넷으로 출루한 선두타자 아카시 겐지가 도루를 성공시킨 게 시발점으로 마쓰다 노부히로, 3회 이마미야 겐타, 5회에는 하세가와 유아의 2루 도루, 이어 하세가와와 아카시의 더블 스틸, 6회에는 대주자 키도코로 류마의 2루 도루까지 이어지며 쉬지 않고 삼성 베이스를 노렸다.

한국 취재진 바로 옆에는 일본 '니케이 신문' 히데토 모토이케 소프트뱅크 담당 기자가 앉아 있었다. OSEN은 히데토 기자를 통해 아키야마 감독의 야구를 들을 수 있었다.
▲연습생 출신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된 아키야마 감독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아키야마 감독은 일본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연습생 출신이었다.
구마모토 현립 아쓰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0년 드래프트에서 번외로 세이부 라이온스에 입단했다. 3년 동안 2군에서 뛰던 그는 1984년에서야 1군에 올라와 주로 7번타자 3루수로 활약했다. 이듬해인 1985년에는 6번타자 3루수로 출장하며 오 사다하루와 대등한 사상 최연소(23세) 홈런 기록은 40개를 기록하며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아키야마 감독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올스타전 팬투표에 선정됐다.
1986년부터 모리 마사아키 감독 아래에서 4번타자가 된 아키야마는 41홈런을 침과 동시에 외야수로서 전환 역시 성공했다. 그는 주로 중견수를 맡았다. 1987년에는 40홈런, 38도루로 아쉽게 '40-40클럽' 달성에 실패했고, 1989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사상5번째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1990년에는 51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양대리그가 출범한 이후 최초의 홈런왕 출신 도루왕이 됐다. 1991년에는 재팬시리즈에서 홈런을 무려 4개나 쏘아 올리며 MVP로 선정되며 이듬해 연봉을 무려 1억 4000만 엔(약 15억 원)을 받았다. 당시 1억엔은 지금의 1억엔과 엄청난 의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아키야마는 1994년부터 다이에 호크스로 이적하며 제 2의 야구 인생을 지속했다. 2000년 개인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데 이어 2002년 8월 26일 현역 은퇴를 선언해 10월 5일과 6일 각각 세이부 돔과 후쿠오카 돔에서 은퇴 경기를 가졌다. 세이부 돔에서는 아키야마가 타석에 들어설 때 다이에의 응원석에서 다이에 시절의 응원가가, 세이부의 응원석에서는 세이부 시대의 응원가가 각각 교대로 울려 퍼졌다.
아키야마는 통산 20년 동안 2189경기에 출장해 2할7푼의 타율에 2157안타 437홈런 1312타점 1231득점 303도루를 기록했다.
히테도 기자는 "아키야마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명장이다. 그는 정확한 타격, 파워, 강한 어깨, 빠른 발, 그리고 수비까지 우리가 말하는 5툴 플레이어였다"고 정의했다.
▲모리 감독을 통해 배운 발야구, 그리고 작전야구
 
삼성 내야와 배터리를 정신없이 흔든 소프트뱅크 아키야마 감독의 야구는 세이부 시절 모리 감독을 통해 시작됐다.
일본프로야구에는 모리 시대라는 말이 있다. 지난 1986년 세이부 감독에 부임한 그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야구'라는 팀의 슬로건을 내걸어 기초를 겹치면서 쌓은 치밀한 야구를 전개해 나가는 등 감독 부임 첫 해인 1986년에는 퍼시픽 리그 우승과 일본 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이끄는 것을 시작으로 9년 재임 동안 무려 8차례의 퍼시픽 리그 우승(1986년~1988년, 1990년~1994년)과 6차례의 일본 시리즈 우승(1986년~1988년, 1990년~1992년)을 이끌며 명장이 됐다.
히테도 기자는 "아키야마 감독이 세이부 시절 모리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아키야마 감독은 매우 빨랐고, 수비도 잘 했다. 당시 세이부는 지금 소프트뱅크와 같이 세밀하면서도 다양한 작전을 하는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라인업 9명 중 7명이 뛴다
올 시즌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에서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올해 무려 180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7년 세이부(200개) 이후 최근 14년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팀 도루 기록. 도루 실패는 48개로 도루성공률이 무려 78.9%에 달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의 발을 잡지 못했다.
팀 도루 2위(130개)는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작전 야구를 구사하는 호시노 감독보다 무려 50개나 더 많은 숫자다. 도루 50개는 단순히 50베이스를 더 갔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의 내야, 그리고 배터리의 넋을 빼놓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특히 올 시즌 일본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60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혼다 유이치와 31도루를 기록한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정작 삼성전에서 도루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프트뱅크의 주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혼다와 가와사키 외에도 마쓰다(27개), 후쿠다 슈헤이(22개), 하세가와(13개), 키도코로(10개) 등 두 자릿수 도루만 6명이다.
히테도 기자도 "소프트뱅크 선발 라인업 주엥서 지명타자인 우치카와와 9번 포수 호소카와를 뺀 나머지 7명은 베이스에 나갈 경우 1회부터 9회까지 계속 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재팬시리즈에서 주니치 드래건스에 2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몰렸으나 이후 3연승을 거둔 뒤 최종 7차전에서 승리하며 8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강력한 마운드를 자랑하는 주니치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주자가 나가면 끊임없이 도루를 시도해 주니치를 괴롭혔기 때문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삼성은 27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타오위안야구장에서 퉁이 라이온스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만약 퉁이를 물리칠 경우 삼성은 29일 타이중야구장에서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을 벌인다. 삼성이 소프트뱅크의 발야구를 어떻게 대처할 지 궁금하다.
agassi@osen.co.kr
타이중=지형준 기자 j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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