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km. 배영수가 늦 가을 또다시 희망을 던졌다.
삼성 '원조 에이스' 배영수(30)는 지난 27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야구장에서 열린 '2011아시아시리즈' 대만 챔피언 퉁이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다졌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스피드였다. 이날 배영수는 1회 첫 타자 리우푸하오를 상대로, 2구째 직구를 던졌다. 스피드건에 찍힌 속도는 147km. 잘못된 스피드가 아니었다. 이어 들어온 3구째 직구도 145km가 나왔다. 뒤이어 3번 판우시옹을 상대로 한 초구도 147km로 스트라이크존을 힘있게 파고들었다.

배영수는 마지막 이닝이 된 5회에도 최고 144km 힘있는 직구를 뿌렸다. 경기 내내 볼끝에 힘이 실려있었다. 안타 5개를 맞았지만, 2루타 이상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구석을 찌르는 직구에 힘이 좋은 퉁이 타자들도 연신 내야 플라이로 물러날 정도였다.
이날 배영수 뿐만 아니라 마무리 오승환도 최고 152km 포함 직구 평균 구속이 150.2km에 달했다. 하지만 스피드건은 잘못되지 않았다. 스피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좌완 권혁은 145km, 사이드암 권오준은 144km가 이날 경기 최고 스피드였다.
상대팀 퉁이에서도 선발 세스 에서튼이 최고 141km를 던졌고, 판웨이룬은 최고 147km를 한 번 뿌렸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글린은 146km, 마지막 투수 왕징밍은 144km였다. 볼 스피드만 놓고 보면 이날 경기에서 배영수는 마무리 오승환 다음으로 빨랐다. 배영수는 힘을 조절해야 하는 선발이고, 오승환은 전력투구하는 마무리의 차이가 있다.
물론 투수에게 볼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전성기 배영수는 150km 강속구를 우습게 던지던 투수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과 맞바꾼 팔꿈치 수술 이후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최고 147km를 던지며 구속 상승 조짐을 보인 배영수는 올해 5월 최고 148km 직구를 뿌렸다. 그러나 구위와 스피드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기일전하며 준비한 아시아시리즈에서 구속을 147km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연상시키는 늦바람 구속 상승이다. 볼 스피드뿐만 아니라 무게감 있는 직구를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곳으로 구석 구석 꽂아넣었다. 최고 147km의 묵직한 직구는 여전히 배영수의 혼이자 자존심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