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강명구(31)가 27일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냈다.
팀내 최고의 준족으로 꼽히는 강명구는 대주자 요원으로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강명구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경기 후반에 대주자 요원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3-3으로 맞선 삼성의 8회초 공격. 1사 후 채태인이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삼성은 채태인 대신 강명구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2003년 삼성에서 뛰었던 퉁이 투수 라이언 글린은 강명구의 도루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누상에 나가 있는 그가 여간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글린은 강명구를 의식한 나머지 최형우와 볼 카운트 0-1에서 2구째 한가운데 직구(144km)를 던져 결승 투런포(비거리 120m)를 허용하고 말았다. 최형우의 한 방이 터지는 순간 타오위안 국제 야구장을 가득 메운 대만팬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류 감독은 경기 후 "3-3으로 맞선 8회 채태인 대신 강명구를 투입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다. 도루를 하지 않았지만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봤다. 그 덕분에 상대 투수가 직구 승부를 걸었고 최형우가 홈런을 때릴 수 있었다"고 했다. 강명구는 "나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친 뒤 "그동안 모두 고생하고 잘해왔는데 마지막을 안 좋게 끝낼 순 없다"고 했다.
전천후 백업 요원인 강명구는 공수 교대할때마다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나와 동료들을 격려하며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구원왕 오승환(29, 투수), 타격 3관왕 최형우(28, 외야수) 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강명구. 그가 있었기에 삼성의 아시아 시리즈 결승 진출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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