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132km...국내 첫 여자 프로야구 선수 나올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28 09: 18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라운드에 서는 그 순간만큼은 여성이 아닌 야구선수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2년 전 실업야구 트라이아웃에 도전했던 재미교포 제인 어(21. 연세대 재학 중)가 이제는 국내 최초의 독립리그팀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다.
고교 시절 남자팀서 유격수와 투수로 활약하며 최고 시속 132km의 볼을 던졌고 미국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두 차례 선발되어 야구월드컵 우승의 기쁨도 안았던 제인 어는 3년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밟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09년에는 실업야구 트라이아웃에도 참가했던 바 있다.

167cm의 작은 체격에 남자들에 비해 근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기본기와 수비 능력은 분명 눈여겨 볼 만하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평이다. 트라이아웃을 지켜본 김광수 전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 또한 제인 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래도 근력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기와 야구 열정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트라이아웃 중에도 김 감독대행은 “저기 유격수 자리에 서 있는 선수 잘 지켜보라고”라며 시선을 집중했다.
지난 26일 고양 국가대표팀 훈련장서 열린 트라이아웃이 끝난 후 제인 어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라는 것이 한숨 섞인 제인 어의 첫 마디였다.
“타격이 잘 안 돼서 너무 아쉬워요.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공강 시간 틈틈이 개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독립리그 트라이아웃 때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뉴스에서 고양 원더스의 선수 모집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는 제인 어. 자신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쑥스러워하며 “수비력과 송구 능력도 더 배워야 한다. 아직 스스로 장점을 꼽기보다 잘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조심스레 이야기한 제인 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야구에 대한 투지로 똘똘 뭉쳐있는 ‘여걸’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기 위해서 뛰는 것뿐이에요. 아직은 힘이 모자라는 편이라 더욱 아쉬운데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도전하고 싶습니다”.
‘너클 공주’라는 별명으로 주목을 받은 일본인 요시다 에리는 미국 독립리그까지 진출해 첫 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10여 년 전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프로야구에 도전했던 안향미씨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투지를 보여줬으나 결국 금녀의 벽을 깨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안향미씨와 요시다 에리는 잘 모른다”라고 답한 제인 어는 열정을 안고 벽 앞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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