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 야구장. '핵잠수함' 권오준(31, 삼성 투수)은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 야구장보다 다 좋네". 권오준은 타오위안 국제 야구장을 둘러본 뒤 쓴웃음을 지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낙후된 대구구장에서 뛰는 권오준이기에 아쉬움이 클 수 밖에. 그는 "현역 은퇴 전까지 야구장을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빼놓지 않았다. 1948년 건립된 대구구장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열악한 야구장으로 손꼽힌다.
대구시는 2009년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관중석과 화장실 등 일부 시설을 개보수했으나 낙후된 기존 시설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특히 수년 전부터 3루 측 선수대기실 복도 벽면과 바닥에 균열이 생겼고 경기장의 일부 철근도 부식이 진행될 만큼 위험 수위에 이르기도 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덕아웃은 수영장으로 탈바꿈하고 4월 16일 두산과의 홈경기 도중 조명탑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수성구 대흥동 일대에 야구장을 건립할 계획.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야구장 건립 추진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준은 "대만은 야구가 국기니까 야구가 화폐 배경 그림으로 사용되기도 하더라. 그만큼 야구 열기가 대단하다는 의미 아니겠냐. 프로 구단도 4개팀(슝디 엘리펀츠, 퉁이 라이온즈, 싱농 불스, 라미고 몽키스)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 대단하다"고 씁쓸한 모습을 드러냈다.

권오준 뿐만 아니라 진갑용(37, 포수)과 김상수(21, 내야수)도 뛰어난 야구 인프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뛰었던 진갑용은 "대만의 야구장은 딱 봐도 메이저리그 구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설이 좋다. 정말 부럽다"고 했다. 김상수 또한 "시설이 좋다. 천연잔디도 깔려 있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했다.
라커룸 등 부대 시설도 국내 구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비롯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위선양에 앞장서는 효자 종목. 하지만 구장 시설 등 인프라는 낙제 수준에 가깝다. 이날 타오위안 국제 야구장을 둘러봤던 삼성 선수들의 표정에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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