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보여준 경기력 자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예전 홍명보호의 주축 멤버인 조영철(22, 알비렉스 니가타)이 제 모습을 되찾으려 했다는 것과 김보경(22, 세레소 오사카)이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 가용 전력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정도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이 지난 2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렇지만 아쉬웠다. 결승골이 필드골이 아니라 페널티킥 골이었다는 점과 전반적으로 조직의 짜임새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 컨디션을 보일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홈 팀이면서도 시차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 한국은 24일 새벽 카타르에서 2차전을 치렀다. 이를 위해 18일 새벽 카타르 도하로 출국했다. 카타르와 한국의 시차는 6시간. 시차 적응에 대략 6일 정도가 걸린다. 카타르서 시차에 간신히 적응한 한국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출발, 이날 오후 귀국했다. 다시 6시간의 역시차에 걸렸다. 선수들은 귀국길에 잠도 자지 못했고 컨디션은 최악의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홍정호는 "체력의 한계를 느낀 것 같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정신이 멍했다. 선수단의 반 이상이 역시차에 시달렸다. 경기 당일만 해도 새벽 3시, 6시에 잠에서 깼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다른 것보다 끝까지 집중을 하자고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대표팀 일정 때문에 일찌감치 중동에 가 있던 탓에 홍정호를 비롯해 윤빛가람, 홍철, 서정진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중동에만 있던 A대표팀 선수들은 더 힘들어 했다. 두 대표팀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체력 관리가 너무 힘들다"고 홍정호는 전했다.
이러한 영향 탓에 한국은 원정팀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이점이 없었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가 역시차에 대한 후유증이 없어 몸놀림 자체는 가벼웠다. 홍명보 감독은 이러한 문제로 최근에 합류한 J리거들을 선발로 기용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승자는 한국이었다. 경기력 자체는 만족할 수 없었지만 끝까지 경기를 집중한 끝에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한국은 같은 조의 오만과 카타르가 1-1로 비긴 덧분에 더욱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많은 것보다 런던 올림픽 진출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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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