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늙지 않는 동심을 다시한 번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틴틴'은 28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 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었다. 에르제(Herge) 원작에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이 제작, 할리우드의 꿈의 공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으로 손잡아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으로 이날 공개된 것은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다.
영화는 특종기자 틴틴(제이미 벨)이 우연히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배를 구하게 되고, 그 배 안에 놀라운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유니콘호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 악당과 조력자, 세계를 횡단하며 벌어지는 장황한 스케일, 대대로 물려오는 전설..영화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듯 책 몇십권 이상 분량의 방대한 동화로 빠져들게 한다. 남다른 능력을 지닌 착한 주인공이 벌이는 환상적인 모험담은 관객들을 신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하다.

'틴틴'은 역사가 깊은 작품이다. 무려 그 시작은 1929년. 당시 첫 등장한 후 현재까지 근 100여년 동안 인기를 끌었다. 총 24권의 시리즈가 51개의 언어로 80개국에 번역 출간돼 매년 3백만권, 약 3억 5천만부 이상 판매된 초특급 베스트셀러다.
스필버그는 오랫동안 '틴틴'을 꿈꿨다고 한다. 그는 "처음 이 책을 읽을 당시 틴틴과 나는 뭔가 함께 하는 운명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원작을 사랑했다. 물론 이 작품을 사랑한 것은 스필버그 뿐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샤롤르 드골은 "나의 유일한 라이벌을 틴틴이다"라는 말을 했고,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로 간 틴틴'이 티베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소중한 책"이라고 평한 바 있다.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본인의 작품 세계에 디즈니 보다 틴틴이 더욱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틴틴'을 다시금 일깨워 준 사람은 스필버그다. '인디아나 존스'는 틴틴에 집적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1981년 신문에 '레이더스'에 대해 어느 평론가가 '틴틴 시리즈'를 언급한 것을 본 후, 원작을 읽고 반드시 영화화 하겠다고 결심했다. 원작자인 에르제 또한 스필버그의 팬이어서 두 거장은 만남을 약속했지만, 만남을 앞두고 에르제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에르제의 유언으로 스필버그는 영화화의 권리를 갖게 됐고, 이후 그는 마음에 드는 각본을 위해 수년간 작업, '틴틴'에서 영감을 받아 1984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첫 편을 발표했다. 그 후 2001년 '반지의 제왕'의 컴퓨터그래픽 효과를 눈여겨 보다가 피터 잭슨에게 전화를 했고, 역시 '틴틴'의 팬이었던 잭슨과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틴틴'은 원작의 세계를 가장 완벽하게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애니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연기를 혼합한 모션 픽처 기술을 사용했다. 피터 잭슨이 운영하는 '웨타 디지털'의 가장 진보된 기술을 동원했고, 그렇게 탄생한 '이모션 3D' 기술은 생경한 감각을 선보인다. 이 기술은 배우들의 동작과 감정연기까지 살려내 만화 같으면서도 실사 같은 새로운 비주얼이 또 다른 기술의 진화를 엿보게 한다. 최종적으로 두 번의 디지털 3D로 연출됐다.
영화화를 결심한 후 30년, 완성되기까지 제작 기간만 8년된 작품.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46년생인 스필버그의 늙지 않는 동심이다. 영화를 온전히 감싸는 따뜻한 정서, 누아르 세상에서 빛나는 순수한 마음의 가치는 그래픽 시리즈 속에서도 살아난다.
피터 잭슨은 "넘치는 모험심과 호기심, 유머감각 등 스필버그와 틴틴은 정말 닮았다"라고 말했다. 그 나이에 그 위치에 여전히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놀랍다. 외계인 ET를 자전거 앞에 태운 주인공이 달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영화라기 보다 한 편의 시였고, 아직도 그 감독의 도전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뭉클하다. 존 윌리암스가 음악을 맡았다. 전체관람가, 12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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