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를 귀엽고 깜찍한 10대 소녀로만 알고 있다면, 아이유를 잘 아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똑 부러지는 말투, 음울한 분위기의 자작곡, 소포모어 징크스를 각오한다는 솔직함. 2집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발매를 앞두고 만난 아이유는,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아이유를 더 기대케 하는 19세 소녀였다.
이번 타이틀곡 '너랑 나'는 올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좋은 날'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을 덧입힌 노래. 이번에도 아이유를 위해 뭉친 이민수 작곡가-김이나 작사가는 반음씩 내려가는 디미니쉬 코드를 사용하고 한번에 쉽게 알아듣기 힘든 독특한 가사로 깜찍한 소녀 아이유에게 신비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노래가 묘하고, 긴장감이 있죠? '좋은 날'보다 코드도 다양해지고, 하프나 호른 등 대중가요에 많이 안쓰는 소리도 넣었어요. 사실 '좋은 날'보다 더 잘되긴 어렵다는 걸 알아요. 소포모어 징크스도 있긴 하니까, 체감하는 반응은 그때보다 덜할 거라고 각오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앨범의 흥행보다 완성도가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예요."

'좋은 날'에서 3단 고음이 워낙 이슈여서 이번 곡은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이로만 따지면 ‘너랑 나’가 훨씬 더 힘들단다.
“마지막 후렴구 하이노트가 3단고음때 마지막 음이랑 같아요. 부르기에는 훨씬 더 힘들어요. 3단 고음만 세 번 한 느낌이거든요, 라이브를 잘했다는 소리 많이 듣고 싶어요.”

그는 이번 앨범에 작사가로 6곡에 참여하면서 글솜씨를 한껏 과시했다.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번 자작곡 ‘길 잃은 강아지’에서 유기견을 보고 떠올린 여러 가지 단상을 담아냈다.
“그냥 사랑받고 싶어하는 노래예요. 유기견에서 시작됐지만, 그냥 사람일 수도 있고, 헤어진 연인일 수도 있고, 연예인일 수도 있죠. 제목도 중의적 표현이에요. 예뻐하는 것들한테 ‘내 강아지’라고들 하잖아요. ‘4AM’은 제가 새벽 네시에 대해 쓴 거예요. 잠을 설쳤을 때, 4시쯤 되면 내가 잠이 든건지 깬건지도 모르는 상태가 오잖아요. 그런 느낌을 글로 풀어봤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걸 맘껏 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기까지 무명 시절이 없진 않았다. ‘좋은 날’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전에는 2~3년의 활동기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조급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을 믿었다.
“계속 노래하면 누구든 들어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나는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믿었죠. 그리고 참 바쁘기도 했어요. 케이블, 인터넷 방송 등 안해본 게 없으니까요. 지상파엔 많이 안나왔지만 스케줄은 많았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사교적이지 않은 성격이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 덕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여동생을 많이 떠올리지만, 정작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사람 많은 데 가는 걸 별로 안좋아해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좋고요. 막 친한 척, 착한 척 잘 못해요. ‘좋은 날’ 이후에도 소속사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좀 달라고 했죠. 특히 혼자 음반 작업하고 할 때에는 예민할 때가 더 많아서 신나게 웃을 일도 별로 없었어요.”
밝은 모습도, 어두운 모습도 모두 ‘아이유’라는 그는 이번 앨범 마지막 수록곡을 모두 어두운 곡으로 선정했다.
“이게 제 모습이긴 한데요. 또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가볍고 발랄한 것도 좋아요. 다 제 모습이거든요. 지난번에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어두운 노래를 했더니, 일부 팬분들이 많이 놀라셨어요. 조금 더 다양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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