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대패를 통해 얼마나 더 성장했을까.
삼성은 29일 타이완 타이중 국제야구장에서 벌어질 '2011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일본 챔피언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맞붙는다. 삼성은 선발투수로 좌완 장원삼(29)을 예고했고 소프트뱅크는 우완 이와사키 쇼(22)가 나선다.
삼성은 26일 소프트뱅크와의 예선 1차전에서 0-9로 패배하며 쓴 맛을 봤다. 선발 이우선을 비롯해 이동걸, 김기태 등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들은 소프트뱅크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또한 삼성 타자들 역시 상대 선발 야마다 히로키에 7이닝동안 4안타 무득점에 막혔다. 류중일 감독은 "결승전을 대비한 작전"이라고 언급했지만 한일 수준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다행히 삼성은 27일 퉁이 라이온즈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최형우의 결승 투런포를 앞세워 6-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 소프트뱅크에 설욕전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소프트뱅크전 대패 이후 사흘만에 결승전을 치르는 삼성이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정상 등극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선발 장원삼, 5이닝만 책임져라
삼성은 2005년 코나미컵에서 일본 챔피언 지바 롯데와 두 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패했다. 당시에도 삼성의 불펜진은 리그 최강이었지만 선발이 버텨주지 못했다. 2-6으로 패했던 1차전에선 삼성 선발 마틴 바르가스가 5이닝 5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또한 3-5로 졌던 결승전 선발 배영수는 4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모든 실점을 선발이 했고, 당시 삼성 불펜진은 무실점으로 남은 이닝을 틀어막았다.
삼성은 불펜의 힘이 뛰어난 팀이다. 올 시즌 우승도 강력한 뒷문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 시즌 깨지긴 했지만 삼성은 2009년부터 7회 이후 리드 시 125연승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다. 정현욱-권오준-권혁-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국가대표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불펜이 가동되기 위해선 선발이 최소 5이닝은 버텨줘야 한다. 삼성은 이미 외국인투수 2명과 좌·우완 에이스 차우찬, 윤성환이 이번 시리즈에서 빠졌기에 장원삼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다행스러운 점은 결승전 선발로 예고된 장원삼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의 괴력을 선보였던 장원삼은 지난 25일 퍼스 히트와의 아시아시리즈 1차전에서도 6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장원삼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 팀도루 180개 소프트뱅크, 발을 묶어라
삼성은 26일 소프트뱅크와의 예선전에서 도루를 7개나 허용하며 0-9로 무기력하게 졌다. 퀵모션이 느린 이동걸, 김기태 등 2군급 투수가 나선 탓도 있지만 삼성 배터리는 소프트뱅크의 뛰는 야구를 전혀 제지하지 못했다.
올해 재팬시리즈 우승팀인 소프트뱅크는 팀도루 180개로 이 부문 양대리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기동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삼성은 1차전에서 이미 소프트뱅크의 발에 호되게 당했다. 경기 후 삼성 포수 진갑용이 "소프트뱅크 모든 주자들이 이대형, 오재원, 배영섭, 김상수 급"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결승전의 승부처는 소프트뱅크 발을 묶는데 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로 나서는 장원삼을 비롯해 주전 투수들은 퀵모션이 빠르니 결승전에선 최대한 묶어둘 것"이라고 자신했고 진갑용은 "최상의 대비책은 출루 자체를 막는 것"이라며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반대로 삼성의 뛰는 야구도 필요하다. 삼성은 올해 158개의 팀도루를 기록,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는 소프트뱅크 선발 야마다 히로키의 견제에 막히며 도루 시도 자체를 하지 못했다. 물론 출루 자체를 많이 못한 이유도 있지만 배영섭, 김상수 등 빠른 주자가 출루해서도 빠른 퀵모션에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일본의 높은 마운드를 상대로는 연타나 장타가 쉽게 나오지 않는만큼 적극적인 주루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게 필요하다.

▲ '방망이 짧게 잡아라', 필승 전략
만약 삼성이 예선 1차전에서 초반 득점 기회를 살렸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소프트뱅크 선발 야마다가 몸이 풀리기 전인 1회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강봉규의 삼진과 채태인의 우익수 뜬공으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득점 기회를 날리고 난 뒤 삼성은 2회 대거 5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를 내줬다.
2005년 코나미컵에서도 삼성은 적시타가 부족했다. 지바 롯데와의 예선 1차전은 안타수에서 10-8로 앞섰지만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2-6으로 졌다. 결승전에는 13-6으로 두 배나 많은 안타수를 기록했지만 스코어는 3-5였다. 필요할 때 적시타를 치는 능력이 부족했고 실점 위기에서 유인구를 던질 줄 아는 능력 역시 부족했다.
류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스윙이 짧게 변한 김태균의 예를 들며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큰 스윙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1차전은 큰 스윙으로 일관하다 졌다"면서 "결승전에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치도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제구력이 뛰어난 일본 투수들은 실투를 던지는 일이 적다. 큰 스윙으로 일관해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고 오히려 상황에 맞는 정확한 스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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