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승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이기면 그만이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0, 삼성 투수)는 27일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퉁이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최고 147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위주로 5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하며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사자 군단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 6회 구원 등판한 권혁이 동점 투런포를 허용하는 바람에 선발승은 무산됐지만 그의 호투가 있었기에 결승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배영수는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서 그런지 1회 조금 긴장되더라. 그래도 첫 타자를 잡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올해 들어 1회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선취점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버텼는데 뜻대로 잘 된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오로지 이긴다는 마음으로 던진게 통했다"고 허허 웃었다.

배영수가 바라보는 대만 타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확실히 직구는 잘 치더라. 슬라이더의 감각이 좋아 그게 잘 먹힌 것 같다". 홈런을 허용한 뒤 마음의 짐을 안게 된 권혁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야구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리고 홈런을 맞을 수도 있고 삼진을 잡을 수도 있다. (권)혁이가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영수는 2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결승전에 등판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퉁이전이 끝난 뒤 '올 시즌 고생했다'고 하셨는데 64개 밖에 안 던졌으니 1이닝이라도 던지고 싶다. 소프트뱅크 중심 타선이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보고 싶다"고 한판 승부를 기대했다.
한편 오치아이 코치는 "배영수가 정규 시즌 후반부터 한국시리즈, 퉁이전까지 상당히 컨디션이 좋았다. 퉁이 타자들의 경우 슬라이더에 약점이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배영수가 슬라이더 위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며 "내년 시즌 승부의 세계인 만큼 선발 경쟁에서 살아 남아 좋은 모습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그의 어깨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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