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KS MVP’ 장채근, 홍익대서 ‘활인(活人)’의 지휘봉을 잡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11.29 09: 50

“그렇지, (양 다리를)조금 들어”, “미리 일어나. (공을)잡아서 일어서려면 늦어”, “결정했으면 서 있지 말고 쳐라. 그렇지, 그런 느낌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던 장채근(47)이 아마추어 지도자로 변신, 홍익대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현역 때 수호지에 나오는 인물 노지심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천진한 노지심’이라는 별칭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채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30년사에서 포수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던 인물. 1991년 해태 타이거즈가 빙그레 이글스를 4승 무패로 일축할 당시 그는 선동렬(현 KIA 타이거즈 감독)과 배터리를 이뤄 해태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장채근 감독은 1994년까지 해태에서 뛰다 1995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거쳐 현역에서 은퇴한 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KIA 배터리 코치를 역임했다. 2004년부터 2년간 KIA 수석코치를 거쳐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 배터리 코치를 역임했다.

장 감독은 2006년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가량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에서 지도자 수업도 쌓았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 출신인 노무라 가쓰야 감독의 야구를 지켜봤다. 그런 저런 경험이 그의 선수지도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1일부터 홍익대 감독을 맡아 2개월 남짓 선수들을 조련해온 장채근은 1986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 안방을 지키며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포수 출신. 1988, 1991, 1992년 등 3차례나 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그가 이제 대학야구 지도자로 프로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장 감독이 막상 홍익대에 발을 들여놓고 제일 먼저 부닥친 것은 선수들의 의욕상실증. 프로에 갈 수 있는 기량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기력감에 빠져 ‘독한 회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장 감독은 그런 그들에게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며 의욕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장 감독은 “선수들이 그저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이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가르쳐보니 기량을 쌓는다면 프로에 가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들이 3, 4명 눈에 띠었다. 그들은 물론 모든 선수들에게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다시 심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대학야구 실정의 단면을 전했다.
홍익대(총장 장영태) 야구부는 소속 선수들에게 최상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 팀으로 소문나 있다. 장 감독은 “이면영 이사장님이 모 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 전원이 최고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에 자리 잡고 있는 홍익대 야구장은 선수들 숙소 등 모든 시설이 완비돼 있고 선수들의 지원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수들은 처음에는 장 감독의 강훈련에 허덕거렸으나 점차 적응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12월 초까지 체력단련 위주로 기량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주장 겸 팀 4번 타자인 포수 이흥렬(22. 3학년)은 “감독님이 오셔서 마음이 엄청 든든하다. 그동안 못 배웠던 것을 배울 수 있고, 모자란 부분도 배워야 한다. 알고 있던 것은 물론 새로운 것도 감독님께서 다 짚고 넘어가신다.”며 “저 뿐만 아니라 4학년 진학생들은 프로에 못가면 끝난다는 각오로 감독님이 시키시는 대로 죽어라고 해볼 작정이다”고 의욕을 보였다. 특히 포수인 그는 장 감독이 일일이 자세를 잡아주고 볼카운트에 따른 투수리드 요령이나 2루 견제 동작 등 세밀한 부분에서 집중 조련을 받고 있다. 그는 “투수들이 가장 힘들 때 의존하는 것이 바로 포수이므로 실전처럼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 감독의 지적에 공감하는 눈치다.  
3루수인 박민성(21. 3학년)은 “수비와 타격에서 섬세한 부분까지 감독님이 일러주신다. 완급조절도 잘 해주시기 때문에 처음 오셨을 때보다 실력도 늘어났다”면서 “목표는 프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동계훈련을 통해 보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이흥렬은 공 잡는 요령이 좋다. 배장원은 힘이 좋고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이다. 중견수인 전준형은 발이 빠르다. 1번 타자감으로 보고 있다. 박민성도 3번 타순에 기용할 만하다. 4학년에 진학하는 이들이 중심이 돼 팀을 만들어나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대학시절 단짝으로 1980년대 중후반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 마운드의 중추였던 언더핸드드로형의 명투수 한희민을 최근에 초청, 선수들에게 특별지도를 요청하는 등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장 감독이 절친한 친구인 한희민에게 특별지도를 맡긴 이유는 있다. 한희민과 같은 언더핸드형인 정광은(2학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희민 인스트럭터는 “정광은은 제구력이 좋고 게임을 할 줄 안다. 구속(138km) 아직 미흡하지만 변화구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투심이나 커브, 슬라이더 등을 던지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며 시간 나는 대로 볼 배합요령도 익히도록 하고 있다.
한희민 인스트럭터는 투수들에게 “팔꿈치 보호를 위해 훈련 때도 반드시 긴팔 옷을 입어라. 공을 채기 위해선 검지와 중지 손톱을 길러야한다. 무엇보다 볼카운트, 주자 상황에 맞춘 투구훈련이 중요하다”며 투수들에게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설명해줬다.  “주자 1, 2루에서 볼카운트 2-1일 때 어떻게 던져야 하는가.” 따위의 상황을 설정해놓고 투수들이 던져야할 구질과 볼 배합요령 등을 일러주는 식이다.    
한희민 인스트럭터는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0, 2-1, 2-2 때는 얻어맞아도 좋으니까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 주자 1, 2루 시에는 싱커성 볼로 땅볼을 유도해야하고,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투심을 잘 구사해야한다”는 등 구체적이고도 실전적인 투구 요령을 전수해줬다. 일종의 언더핸드형 투수에 대한 맞춤형 과외인 셈이다.
“투수는 손가락과 손아귀 힘을 길러야 한다. 항상 공을 손에 쥐고 있고, 3손가락으로 악력기를 이용해 단련해야 한다. 한 동작에서 4, 5가지 변화구를 던질 줄 알아야 성공한다. 남들 쉴 때 같이 쉬지 말고 개인운동을 해라”는 조언도 그는 빼놓지 않았다.
장 감독은 “여러 면에서 팀 전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가르쳐서 빠른 기간 안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겠다. 좋은 성적으로 학교의 지원에 보답해야한다”며 눈을 빛냈다. 그 자신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한편으로 베이스볼 아카데미에 등록, 아마지도자로서 완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털털한 성격과 푸근한 카리스마를 지닌 장 감독이 대학야구 무대에서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주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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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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