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팝 음악계에 큰 획을 그었던 세 그룹이 해체를 선언하고 팬들을 위해 마지막 공식 앨범을 발표했다. 컬리지•얼터너티브 록의 대명사인 알이엠(R.E.M.)과 아일랜드 출신 보이 밴드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웨스트라이프(Westlife), 그리고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록 밴드로 전설을 이어갔던 스콜피온스(Scorpions)가 바로 주인공이다. 공식적인 해체를 선언한 것은 시기적으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전세계 음악 팬들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남겨 준 것은 십시일반이다. 음악 팬들에게 때로는 진한 감동을 때로는 열정적인 환희를 선사했었던 알이엠•웨스트라이프•스콜피온스. 이제 그들이 남겨놓은 이별의 음악상자를 열어보려고 한다.
- 알이엠, 31년의 음악 여정을 회고 앨범으로 내려놓다 –
알이엠이란 밴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했었는지 놀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진일보한 사운드와 냉철한 사회비판적 가사로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전설적인 밴드이자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산파 역할을 했던 알이엠. 1980년 멤버간의 첫 음악적 만남은 수많은 히트곡과 앨범을 남겨 놓은 채 2011년 9월 21일 공식적인 해체 선언과 함께 헤어짐으로 끝맺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해체 소식에 당혹해 하는 팬들을 위해 9월말 마지막 앨범의 발표 소식을 알렸고, 11월 하순 “R.E.M. – Part Lies Part Heart Part Truth Part Garbage 1982-2011”가 공개되었다.

1981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했었던 주요 앨범에서 발췌한 37곡과 신곡 3곡이 포함된 2장짜리 베스트 음반이자 그들의 30여 년간의 음악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회고작품집이다. ‘Everybody Hurts’•’Losing My Religion’등 국내 팬들이 사랑해 온 히트곡도 선곡되었고, 새로 발표한 곡 중 ‘We All Go Back To Where We Belong’의 경우 알이엠 멤버들이 팬들을 위해 마지막 선물로 2편의 뮤직비디오를 그들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들의 내한 공연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해체를 지켜봐야 만 했다는 것이다.
- 한국인이 가장 사랑했던 그룹 웨스트라이프, 최선의 길을 택하다 –
지난 달 9일 국내에서 콘서트를 가졌던 웨스트라이프. 불과 10일이 지난 10월 19일 14년 간 지속해 온 그룹 활동을 마감한다는 소식을 전세계에 전했다. 1998년 데뷔하자마자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과 화음이 돋보이는 수 많은 팝 넘버로 큰 인기를 모았던 아일랜드 출신의 보이 밴드 웨스트라이프. 특히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2~30대 여성 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대표 곡 ‘My Love’는 국민팝송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요 못지 않은 히트를 기록했었고, 초•중 영어 수업 시 교재용 곡으로 사용 될 정도로 대표 팝송이 되었다. 수 차례의 내한 공연과 발표 앨범 대부분이 베스트 셀러로 등극했던 한국 시장에서 웨스트라이프란 흥행 보증수표와 같은 컨텐츠가 사라지는 것은 음반사나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팬 카페를 중심으로 상당한 충격과 슬픔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는데, 22일 발표된 마지막 음반 “Greatest Hits”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18곡이(신곡 3곡 포함)담긴 1장짜리 앨범과 공연 DVD가 포함된 3장짜리 앨범 등 두 가지 형태로 발매되었는데, 10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던 그룹이어서인지 각종 음반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 고별 투어 계획까지 내놓은 웨스트라이프는 더 이상 보이 밴드로 머물 수 없는 상황에 직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자!’라는 최상의 방법을 선택했다.
- 고별 투어 중인 스콜피온스, 팬들을 위한 남은 열정을 앨범으로-
40년 경력의 독일 출신 록 밴드 스콜피온스는 2010년 1월 29일 공식적인 해체를 선언했고, 마지막 앨범(“Sting In The Tail”)을 발표하고 마지막 전세계 투어를 갖는다고 했었다. 2011년 말 공연은 현재 진행 중이고, 내년이 최종해가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것인데,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노장 밴드가 또 다시 스튜디오에 모여서 연주하고 노래한 작품을 만들어냈으니 중독성강한 음악의 힘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최근 공개된 새 앨범 “Comeblack”에는 총 13곡이 담겨있는데 ‘Rock You Like A Hurricane’ •’Still Loving You’•’Wind Of Change’등 스콜피온스의 일곱 히트곡이 새로운 연주와 가창으로 녹음 수록되었다. 나머지는 팝의 명곡으로 채워졌는데 널리 알려진 비틀즈(Beatles)의 ‘Across The Universe’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Ruby Tuesday’등은 오로지 스콜피온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각과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
- 비록 떠나도 그들이 남겨놓은 음악은 영원히 남아 있다 -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히트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 “A Foot In The Door”이 얼마 전 발매되었다. 1965년 그룹 결성 이후 멤버간의 수많은 갈등과 해체 위기, 법정소송과 화해 등 온갖 역경 속에서도 그들의 옛 명반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기획도어 발표되고 - 95년 이후 공식음반은 발매되고 있지 않음 – 있으며 베스트 앨범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어쨌든 2011년 현재 핑크 플로이드는 46년째 존속하는 불멸의 그룹이다.
핑크 플로이드처럼 더 이상 항해를 잇지 못하고, 각자의 배를 타고 새로운 길을 떠나야만 하는 스콜피온스•알이엠•웨스트라이프의 소식을 전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겠지만 그네들이 남겨놓은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말 그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告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