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스 '안방마님' 진갑용(37)에게 긴급 미션이 떨어졌다. 바로 '발야구'로 자신을 괴롭힌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첫 도루 시도자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삼성은 29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야구장에서 일본챔피언 소프트뱅크와 '2011아시아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다.
무엇보다 진갑용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진갑용은 지난 26일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도루를 7개나 허용했다. 물론 도루라는 것이 포수의 강한 송구로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수의 견제, 셋 포지션 타임, 그리고 야수들의 움직임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진갑용을 비롯한 류중일 삼성 감독도 도루를 많이 허용한 것은 진갑용의 잘못이 아니라 이날 등판한 삼성 투수들의 견제 능력, 그리고 소프트뱅크 주자들의 능력을 인정했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뱅크가 결승전에서도 또 다시 발야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으로서는 어떻게 소프트뱅크의 발야구를 막을 수 있을까. 일단 공을 던지는 이는 투수고, 그 공을 잡아 송구하는 사람은 진갑용이다. 그래서 진갑용의 어깨가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갑용이 소프트뱅크 첫 번째 도루 시도자를 아웃 시켜야 한다. 야구는 체력, 기술, 그리고 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다. 그 가운데 심리적인 측면은 상황에 따라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진갑용은 이미 26일 소프트뱅크와 경기에서 심리전에서 당했다. 진갑용은 1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하던 2번 혼다 유이치의 번트 타구를 노바운드로 잡아냈다. 이어 1루에 재빠르게 송구를 했지만 공은 어이없이 우익수 쪽으로 빠지는 악송구로 이어지며 1사 2루가 됐다. 다행히 1회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 주자들은 진갑용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계속해서 뛰었다.
그러나 보통 진갑용은 상당한 강견에 정확한 도로 송구로 유명하다. 진갑용은 올 시즌 112경기에 출장해 42도루를 허용하고 23개를 잡아내며 3할5푼4리의 도루 저지율을 자랑한다. 그런 진갑용도 첫 송구에서 실수를 하며 이후 소프트뱅크 주자들이 뛸 때 조금은 움츠러들고 송구 역시 정확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는 바꿔 생각해 진갑용이 소프트뱅크 첫 주자를 아웃 시켰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에서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올해 무려 180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7년 세이부(200개) 이후 최근 14년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팀 도루 기록. 도루 실패는 48개로 도루성공률이 무려 78.9%에 달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의 발을 잡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 일본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60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혼다 유이치와 31도루를 기록한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정작 삼성전에서 도루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프트뱅크의 주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혼다와 가와사키 외에도 마쓰다(27개), 후쿠다 슈헤이(22개), 하세가와(13개), 키도코로(10개) 등 두 자릿수 도루만 6명이다.

대만 현장에서 만난 '니케이 신문' 히데토 히테도 기자도 "소프트뱅크 선발 라인업 주엥서 지명타자인 우치카와와 9번 포수 호소카와를 뺀 나머지 7명은 베이스에 나갈 경우 1회부터 9회까지 계속 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갑용이 소프트뱅크가 자랑하는 '테이블세터' 가와사키 무네노리와 혼다 유이치를 경기 초반 도루사 시킬 경우 그 위에 있는 마쓰다, 후쿠다, 하세가와까지 쉽게 도루를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야구가 멘탈 스포츠라는 점이 이런 부분 때문이다.
일단 진갑용도 결승에서는 또 다시 당하지 않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진갑용은 "소프트뱅크 주자들의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출루를 안 시키도록 하겠다. 장원삼이 좌완이고 견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예선과 같은 경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투수들에게 최대한 셋포지션을 짧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에서 설욕하겠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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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지형준 기자 j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