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알아서 잘 하는 녀석이었으니까".
2년 간 돌봤던 제자인 만큼 그 시간을 돌아보는 지도자의 한숨에는 안타까움이 깊게 배어있었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하게 된 좌완 이현승(28)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이현승은 지난 28일 상무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현대에서 데뷔, 2009년 13승을 올리며 히어로즈 좌완 에이스 노릇을 했던 이현승은 그해 12월 30일 현금 10억원과 좌완 금민철의 반대급부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2년 도합 6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긴 채 2년 후를 기약하게 되었다.

특히 이현승은 이적 당시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를 안고 이적했던 바 있다. 당시 히어로즈 측은 이현승의 부상 정도에 대해 함구했으나 2009시즌 전반기 이미 10승을 달성하며 다승왕 경쟁에 뛰어들었던 좌완이 기대만큼 승수를 더 추가하는 데 실패한 데는 안 좋은 팔꿈치 상태가 컸다.
원래 두산보다 이현승 획득에 열을 올렸던 팀은 LG. 그러나 LG는 윤학길(현 롯데 수석코치) 당시 히어로즈 2군 감독이 투수코치로 옮겨 간 뒤 이현승의 팔꿈치 부상 정도를 귀띔해 원하는 카드를 강윤구로 선회했고 결국 조율 끝에 이택근(넥센)을 데려왔다. 두산도 이현승이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우승이 절실했던 팀인 만큼 현금 10억원에 아끼던 유망주 금민철을 함께 히어로즈로 보냈다.
"팔꿈치 통증을 알고 있었으나 막상 왔을 때 그 정도로 아픈 줄은 몰랐다. 선수 스스로도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현승 또한 이적 후 첫 전지훈련부터 허벅지 통증까지 겹치며 많은 부담감 속에 시즌을 시작했고 팔꿈치에 이어 어깨까지 통증이 이어지는 바람에 결국 2010시즌 3승 6패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75에 그치고 말았다. 속 모르는 팬들의 비난에 이현승이 더욱 주눅 들었던 것도 사실. 이현승의 두산 2년 간 김 감독은 2군 투수코치 및 1군 불펜코치로 함께했다.
차라리 성격이 모난 선수였다면 스승의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현승은 히어로즈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착한 선수였다. 2010년 자신이 이적 첫 승을 거두고 1군 만이 아닌 2군 선수단에도 피자 20판을 돌리며 자신의 이적 첫 승리를 동료들과 함께 기뻐했다. 자신의 팔꿈치가 아팠을 때도 비슷한 부상을 지닌 성영훈(공익근무 중)에게 "아프다고 투구 패턴까지 도망가면 안 된다. 앞으로 투구감을 위해서 직구를 던져야 할 때는 직구를 던져야 한다"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했던 이현승이다.
성영훈과의 일화를 전하자 김 감독은 더욱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우승이 간절했던 팀인 만큼 이현승을 좀 더 따뜻하게 돌보지 못했다는 후회가 함께 했다.
"부담이 컸던 데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만큼 계속 스스로도 채찍질을 가했던 선수가 이현승이었다. 원래 현승이는 스스로 알아서 잘할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아픈 곳이 나아질 수 있는 여유를 주고 더 돌봐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년 간 여러 부상 속 아쉬움을 남긴 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잠시 떠나게 된 이현승. 아내와 아직 걸음마도 하지 못한 딸을 남겨두고 상무로 향하는 제자의 모습에 스승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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