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팀의 핫코너를 책임졌던 김한수 코치를 연상케 하는 호수비가 작렬했다. 박석민(26. 삼성 라이온즈)이 나무랄 데 없는 호수비에 결정적 쐐기타까지 터뜨리며 아시아시리즈 사상 첫 한국 챔피언의 우승을 이끌었다.
박석민은 29일 대만 타이중에서 벌어진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2011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경기 초반 호수비에 이은 5회 좌익수 키를 넘는 1타점 인정 2루타 등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5-3 승리 및 한국 프로팀의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왼손 중지 인대 부상을 이기고 펼친 활약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먼저 박석민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수비였다. 박석민은 2회 이마미야 겐타의 3루 파울라인 근처 타구를 잡아 재빠른 역동작으로 송구까지 이어가며 아웃을 이끌었다. 포구-중간 동작-송구까지 모두 교과서적인 명품 수비. 4회에도 박석민은 마쓰다 노부히로의 강습성 타구를 가슴으로 막아내 떨군 뒤 잡아 1루로 송구해 상대 4번 타자를 아웃시키며 선발 장원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회 집중타로 대거 5점을 뽑아낸 순간에도 박석민의 활약이 빛났다. 정형식의 2타점 역전타로 2-1 리드를 잡은 5회 박석민은 상대 선발 이와사키 쇼의 초구를 제대로 당겨쳤다. 이는 좌익수 키를 넘어 담장 너머로 떨어지는 인정 2루타로 이어졌다. 3-1로 쐐기를 박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7회에도 박석민은 바뀐 투수 오바 쇼타로부터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왼손 중지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박석민의 공-수 활약은 나무랄 데 없었다.
"140km 초반의 공은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 그 이상이 되면 힘들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투수는 없었다.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 정규시즌을 하다보면 매순간 이렇게 집중하긴 힘들다. 그래도 단기전이니까 더 집중하고 있다". 엄연한 국가대항전인 만큼 박석민은 부상 중에도 집중력을 발휘했고 그만큼의 성과를 거뒀다.
90년대부터 삼성은 김한수라는 든든한 3루수를 얻으며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 된 데 이어 2002년 한국시리즈 사상 첫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김한수 코치는 현역 시절 안정된 수비에 중심타선의 뒤를 잇는 값진 쐐기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석민의 29일 활약은 가히 '김한수의 재래'라고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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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