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인 만큼 장타 모험수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한 짧고 간결한 스윙이 나왔고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역대 첫 한국 프로팀 아시아 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의 공격력은 단기전에서 반드시 나와야 할 교과서적 타격 모습이 잇달아 나왔다.
삼성은 29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서 벌어진 일본 챔피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서 0-1로 뒤진 5회초 집중타로 대거 5점을 얻어내며 5-3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삼성의 역전에는 무조건 큰 스윙보다 타석에서 집중하고 간결하게 휘두르는 적절한 타격이 빛을 발했다.
5회초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포수 이정식은 풀카운트에서 상대 선발 이와사키 쇼의 6구 째를 제대로 밀어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오른손 타자로서 제대로 밀어 쳐 출루에 성공한 이정식의 교과서적인 밀어치기가 돋보인 순간이다.

김상수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배영섭은 9구까지 가는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이와사키의 낮게 깔린 140km대 직구도 있었으나 배영섭은 거기 속지 않고 방망이를 멈췄으며 7,8구째를 짧은 스윙으로 파울 커트하며 이와사키의 피로도를 높였다. 1번 타자로서 가장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영섭의 모습이었다.
우익수 박한이의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인해 대신 출장한 정형식의 역전 결승타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1사 만루가 된 만큼 정형식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땅볼을 유도하려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에 던진 이와사키의 초구를 매섭게 때려냈다. 유격수 가와사키 무네노리의 글러브를 외면한 채 제대로 흘러간 2타점 중전 안타였다.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린 배영섭과 위기에 몰린 상대의 승부수를 짧고 간결한 배팅으로 공략한 정형식의 타격은 분명 높이 살 만 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6회 김상수가 때려낸 중견수 방면 2루타도 좋은 집중력에서 비롯된 타격이었다. 상대 좌완 양야오쉰의 2구 째를 간결하게 내려찍는 다운 컷 스윙으로 공략한 김상수의 공은 투구 회전력에 반발력을 더해 비거리가 늘어났다. 어퍼 스윙을 했을 때 장타와 더욱 가까워진다는 통념을 한달음에 깨버린 김상수의 간결한 타격이 돋보인 순간이다.
한 방을 노리다가 단기전 패퇴한 경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방망이를 짧게 잡고 팀 배팅에 주력하며 투수를 괴롭히는 타격은 자주 단기전 수훈으로 꼽혀왔다.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첫 우승 속에는 참을 때 욕심을 억누를 줄 알고 휘둘러야 할 때 짧고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둘렀던 타자들의 집중력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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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