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제패의 뒤에는 2009년 입단 동기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삼성은 29일 타이완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아 시리즈' 결승전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5-3으로 승리했다. 지난 26일 소프트뱅크와의 첫 대결에서 0-9로 패했던 삼성은 사흘 만에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발 장원삼의 6⅓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도 빛났지만 소프트뱅크 마운드를 흔들어 놓은 '젊은 사자' 3인방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김상수(21)와 중견수로 나선 배영섭(25), 그리고 경기 도중 부상을 입은 박한이(32)를 대신해 우익수로 투입된 정형식(20)은 모두 2009년 삼성 입단 동기다. 김상수는 1차 우선지명으로, 정형식은 2차 2번, 배영섭은 2차 4번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또한 이날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삼성 마운드의 미래로 손꼽히는 2차 3번 출신 정인욱(21)까지 포함하면 동기 네 명이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했다.

이들은 젊은 나이를 앞세워 겁없는 플레이로 소프트뱅크 마운드를 흔들었다. 3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이제는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은 최형우·박석민·채태인 등 '구(舊) 아기 사자 3인방'을 대체할 '신(新) 아기사자 군단'의 출현을 알리는 활약이었다.
▲ 신인왕 배영섭, 발과 눈으로 소프트뱅크 흔들다
올 시즌 신인왕 배영섭은 이날 경기에 선발 중견수 톱타자로 나서 3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상으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듯 보이지만 배영섭은 발과 눈으로 소프트뱅크의 혼을 빼 놓았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배영섭은 3회 1사 1루에서 내야에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2루심의 오심으로 선행 주자가 아웃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배영섭은 상대 선발 이와사키 쇼의 견제를 뚫고 도루를 성공시켰다. 사흘 전 도루를 무려 7개나 내주며 농락당했던 것을 완벽하게 복수하는 장면이었다.
5회에는 배영섭의 눈야구가 절정에 달했다. 안타와 사구로 만든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배영섭은 이와사키와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볼카운트 2-1에서 계속 커트를 해 가며 얻어낸 값진 출루였다. 그리고 여기서 정형식의 2타점 역전 적시타가 터지며 배영섭의 출루가 빛을 발했다. 6회에도 배영섭은 바뀐 투수 양야오쉰에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기회를 만들어줬다. 비록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으로 출루에 성공해 톱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배영섭은 "시즌 마무리를 좋게 해서 기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 숨 가쁘게 달려온 배영섭은 진정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몸에 맞는 볼도 두렵지 않다, 겁 없는 사자 김상수
김상수는 이날 선발 유격수 9번 타자로 출전해 2타수 1안타 2사구로 출루율 75%를 기록하며 하위 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했다. 특히 몸 쪽으로 날아오는 이와사키의 빠른 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나가는 '사구 투혼'을 펼쳤다.
0-1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김상수는 이와사키의 몸쪽 공에 몸을 그대로 맡기며 1루로 걸어나갔다. 여기서 배영섭의 볼넷과 정형식의 2타점 적시타, 박석민의 2루타, 상대 유격수 가와사키의 실책이 이어지며 무려 5점을 획득,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6회 1사 1루에서는 양야오쉰의 2구를 정확한 다운 스윙으로 짧게 끊어 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지만 소프트뱅크의 기를 눌러놓는 데 성공했다.
또한 김상수는 이틀 전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송구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물 흐르는 듯한 깔끔한 수비를 뽐내며 내야를 지켰다. 우승 소감으로 김상수는 "지난 경기에서 일본에 크게 진 것을 갚아주어서 기분 좋다"면서 "한국 팀 첫 우승이라는 점도 감격스럽다"고 기뻐했다.
▲ 정형식, 예상지 못한 출전에서 눈도장 쾅
삼성은 1회 주전 우익수 박한이가 부상으로 빠졌다. 박한이는 소프트뱅크 3번 타자 우치카와 세이치의 우익수 파울 플라이를 잡기 위해 전력으로 뛰다 1루측 불펜 마운드에 오른 무릎을 다쳤다. 이 때문에 정형식은 급하게 캐치볼만 몇 번 하고서 우익수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형식은 3회 첫 타석에서 소프트뱅크 선발 이와사키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나간 데 이어 5회 두 번째 타석 1사 만루에서는 유격수를 스치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려 잠자고 있던 삼성 타선을 깨웠다. 이어 삼성은 후속타자 박석민의 1타점 적시타, 강봉규의 쐐기타까지 터지며 5회에만 무려 5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투입이었지만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정형식의 깜짝 활약이었다. 경기 후 정형식은 "아시아시리즈 첫 안타가 역전타라는 게 기쁘다"며 "내년 시즌까지 감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해 내년 삼성의 주전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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