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일본 잡는 법은 '역시 좌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30 11: 34

한국야구가 다시 한 번 극일(克日)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좌완 투수가 극일의 중심에 있었다.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지난 4차례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모두 일본팀들의 몫이었다. 한국은 번번이 일본의 벽에 막히거나 복병 대만에게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달랐다. 일본에서 투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 상대로 좌완 장원삼(28)이 최고 피칭을 한 것이다.
이날 장원삼은 6⅓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졌다. 피안타 5개와 볼넷 1개에 탈삼진 3개를 곁들여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최고 146km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좌우 구석 구석으로 꽂아넣으며 소프트뱅크 타자들을 꽁꽁 봉쇄했다. 특히 3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시작해서 6회 2사까지 11타자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다.

한국이 일본을 무너뜨릴 때마다 마운드에는 항상 좌완 투수가 있었다. 1970년대 '원조 일본 킬러' 이선희를 시작으로 1980년대 김기범·송진우 그리고 1990년대 구대성, 2000년대 김광현·봉중근 등이 차례로 국제무대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일본 킬러의 계보를 이어갔다. 강한 좌완 투수들을 빼놓고는 극일이 설명되지 않았다. 
아시아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예선서 SK가 주니치를 꺾어 일본팀 상대 첫 승리를 거둘 때에도 승리투수는 6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좌완 김광현이었다. 아시아시리즈는 아니지만 2009년 일본 요미우리와 맞붙은 클럽챔피언십에서도 KIA 양현종이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역시 좌완이었다.
이처럼 일본야구를 상대로 좌완 투수들이 위력을 떨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로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많기 때문이다. 좌완 투수는 상대적으로 희소성 있고, 좌타자는 공이 멀어져 보여 좌완에 약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 발빠른 선수들이 2루를 노리는 데 한계가 있다. 1루를 바라보고 던지는 좌완 투수는 도루 견제에 유리하다.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발 빠른 타자들이 많다.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에서도 이 같은 좌완의 장점이 제대로 나타난 한판이었다. 소프트뱅크 선발 라인업 9명 중 5명이 좌타자였다. 그들은 장원삼에게 14타수 2안타로 봉쇄당했다. 여기에 예선에서 삼성을 상대로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소프트뱅크 선수들이 결승에선 1회 혼다 유이치가 기록한 도루 하나가 전부였다. 좌완 장원삼은 1루를 꾸준히 견제하며 도루 시도를 확실히 막았다. 일본을 상대로 한 좌완의 이점을 제대로 살린 투구였다.
일본을 잡는 데에는 좌완 투수 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2011년 마지막 경기에서 극일에 성공한 장원삼이 다시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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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위) / 구대성-김광현-봉중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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