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좋은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최영필의 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30 14: 08

"아들한테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FA 미아 투수 최영필(37)은 최근 전 소속팀 한화로부터 "선수생활을 이어갈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한화에서 FA를 신청한 최영필은 그러나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하며 무적신세가 되어버렸다. 지난 1년간 멕시코와 일본을 오가며 힘겹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최근 한화가 그에게 '조건없는 이적'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프로 복귀의 길이 열렸다.
▲ 멕시코-일본까지 이어간 열정

한국에서 야구를 하지 못했을 뿐 지난 1년간 최영필은 잠시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멕시코 리그도 직접 찾아갔고, 일본 독립리그 서울 해치에도 몸 담았다. 그는 "야구를 계속 하기 위해, 경기를 뛰기 위해서 해외로 나갔다. 전체적으로 올해 몸 상태나 컨디션은 작년보다 좋다는 느낌이었다"고 자신했다.
1년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멕시코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짧지만 좋은 경험을 했했다. 야구 수준도 높고 구장 시설들도 좋았다. 그곳에서 덕 클락과 같은 팀에서 뛰기도 했다. 이런저런 좋은 경험들을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이후 경기에 조금 더 많이 뛰기 위해 일본 독립리그로 넘어갔다. 그는 "일본 간사이 리그는 수준이 높지 않다.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두 야구를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인생도 배웠지만 결국 야구를 위한 것이었다"고 정리했다.
▲ 미련 버릴 수 없는 이유
최영필이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이다. 그는 "지금도 140km 정도는 자신있다. 시즌에 들어가면 145km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해치에서 같이 뛴 신창호(KIA) 황덕균(NC)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창호와 황덕균은 올해 해치에서 뛴 뒤 KIA와 NC에 입단했다. 두 선수 모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최영필은 "내가 지금 던지는 공 자체가 아직 포기할 만한 상태가 아니다. 140km도 못 던지고, 경기에서 타자를 이길 자신감이 없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2~3년 정도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선수생활을 접을 것이다. 나이 먹어서 기교로만 던질 것도 아니다. 직구로 삼진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집에서 가까운 성균관대에서 종종 훈련할 때에는 인스트럭터로 선수들을 지도한 김성근 전 SK 감독으로부터도 호평을 들었다. 최영필의 피칭을 지켜본 김 감독은 "아직도 생생하네. 3년 정도는 끄덕없겠어"라고 말했다. 최영필은 "평가는 좋게 해주셨다. 하지만 김 감독님이 나이를 먹었다고 봐주시는 분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신경써 주셨다"고 감사해 했다.  
 
▲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꿈
최영필이 야구를 포기할 수 없는 데에는 야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종현군도 한 이유다. 공주중 3학년에 재학 중인 종현군은 내년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미 제물포고 훈련에 합류했다. 아버지와 같은 오른손 투수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영필은 그런 아들과 함께 프로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는 "2008년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난 뒤로는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같은 투수로서 아들에게 좋은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 아들이 내색하지는 않아도 항상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들에게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한 번 보여주고 옷을 벗었으면 한다. 그러면 아들도 자긍심이 생길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현재 공주중학교에서 신재웅 감독의 도움 아래 개인 훈련하고 있는 최영필은 하루가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기본적 러닝·스트레칭 등 보강운동은 물론 피칭도 시작했다. 겨울 추위가 엄습하고,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조금씩 피칭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조만간 연락 닿는 대로 구단들을 찾아가 테스트를 받기 위함이다.
그는 "프로에 복귀해서 경쟁에 살아남는다면 1년씩 더 연장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면 아들과 함께 프로가 될 날도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기대했다. 물론 테스트를 통과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험난한 과정들이 남아있다. 그는 "주위에서는 나이를 문제 삼는다. 나는 결국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강한 각오를 다졌다.
아버지의 꿈은 아들의 희망이다. 최영필의 어깨에는 아들의 꿈과 희망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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