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강유'? '이박유강'?
지난 20일 호타준족 외야수 이택근(31)이 넥센 히어로즈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넥센도 남부럽지 않은 중심 타선를 갖게 됐다.
내년 넥센 타선은 크게 3번 이택근-4번 박병호(25)-5번 강정호(24)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김시진(53) 넥센 감독의 머릿속에는 한 선수가 더 있었다. 29일 이택근 입단 환영식을 마친 김 감독에게 '이박강' 라인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단박에 "유한준도 있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야수 유한준(30)은 올 시즌 강정호와 함께 넥센에서 유이하게 골든글러브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다. 올 시즌 121경기에 출장해 64득점 54타점 타율 2할8푼9리를 기록했다. 올해 팀내 타율 1위, 전체 19위를 차지한 '숨은' 강타자다.
우타자인 유한준은 지난달 6일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당시 "타자는 투수만큼 예민하지 않아서 긴 재활 기간이 필요치 않다. 내년 4월 전에는 정상 경기를 소화할 만큼 회복돼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내년에 봐서 이택근-박병호-강정호-유한준 순으로 가거나 이택근-박병호-유한준-강정호 순으로 갈 수 있다. 정호가 중심 타선을 부담스러워하니 뒤로 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스프링 캠프에서 선수들과 충분히 이야기해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타순을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내년 타선 구상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병호는 무조건 4번타자라는 것. 김 감독은 "한 번 심어줬으면 어떻게든 믿어줘야 된다. 박병호는 내년에도 우리팀 4번타자다. 올해 4번타자 카드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기회를 줬다. 병호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LG에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올 8월부터 넥센에서 뛰면서 약 두 달 동안 1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올해 타율은 2할5푼4리에 머물렀지만 시즌 홈런 수가 13개인 것을 고려하면 넥센에서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으며 거포 잠재력을 폭발시킨 셈이다. 내년 풀타임을 뛰게 되면 산술적으로 홈런 30개 이상도 노려볼 만 하다.
강정호는 워낙 꾸준히 자기 몫을 다해온 팀의 주축 선수다. 이택근도 최근 2년 부상을 부진했지만 통산 타율이 3할8리에 이른다. 내년 키 포인트는 2할9푼대의 맹타를 휘두른 게 지난해부터 두 시즌밖에 되지 않는 유한준과 올해 트레이드 전까지 2군에 주로 머물렀던 박병호가 타선을 구멍 없이 메워줄 수 있느냐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 감독에게서 2012 시즌 풀타임을 보장받은 박병호가 강해진 팀 중심타선과 함께 내년 어떤 기적을 이뤄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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