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종편 채널이 개국하면서, 방송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요계도 함께 술렁이고 있다. 방송사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연예인의 몸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시선과 보다 치열해질 섭외 전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호소가 함께 뒤섞이고 있는 상태. 새로 뜨는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종편에 대응하는 기존 지상파 채널 PD들의 자세는 어떠할지에도 상당히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일단 예상대로, 음악프로그램은 크게 늘어났다. 각 종편 채널은 각각 하나씩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이돌 중심의 음악프로그램을 편성해뒀다. 가장 큰 '빅뱅'은 엠넷 '엠카운트다운'이 방송되는 목요일 오후에 벌어질 예정. JTBC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25분, '뮤직 온 탑'이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해 사실상 엠넷과 '맞짱'을 준비 중이다. 기존 음악프로그램 중 가장 손쉽게 대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케이블 채널인 엠넷을 선택한 셈이다.
가수들은 선택의 폭이 늘어났다. 보다 많은 인기가수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 측이 보다 더 좋은 무대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한 관계자는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인기가수의 컴백에도 5분 이상 무대를 꾸미기가 쉽지 않은데, 프로그램끼리 경쟁이 붙으면 아무래도 좀 더 파격적인 제안이 더 많지 않을까 기대는 된다"고 말했다.

채널 에이는 기존 음원-음반 위주의 가요 순위에 유튜브를 적용시킬 예정. 전세계적으로 K-POP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를 발빠르게 이용했다. 채널 에이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30분 '케이 팝콘'을 편성, 매주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선정해 1~3위 세 팀의 미니콘서트를 진행한다. 어렵게 많은 가수를 섭외하지 않고, 미니 콘서트로 승부하겠다는 것. 3분씩 노래하고 퇴장하는 게 아니라, 보다 더 공을 들이는 무대인데다 K-POP 스타로서 입지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톱가수들에게도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K-POP의 국가별 선호도 및 유튜브 조회수도 공개될 예정.
토요일 음악프로그램으로는 기존 MBC '쇼!음악중심'에 채널에이와 MBN이 가세한 상태다. MBN은 '쇼!음악중심'이 끝난 후인 오후 7시, '쇼 케이뮤직'을 편성했다. 쉽진 않겠지만, 만약 한 가수가 사전 녹화 등을 이용해 세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할 경우, 팬들은 토요일 하루에만 한 가수를 세 번이나 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존 프로그램들의 반응이다. 일부 제작자들은 종편행이 기존 지상파 PD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크게 걱정하고 있는 상태. 오히려 신인일 수록 더욱 눈치를 보고 있다. 종편에 눈도장을 찍는 순간, 지상파에서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것. 반면 비교적 파워가 있는 대형기획사는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종편 채널을 선택해 매우 공격적인 홍보를 펼칠 수가 있어, 가요계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종편표 신인들도 대거 등장할 예정. JTBC는 '메이드 인 유'라는 글로벌 아이돌 오디션을 방송할 예정. 송중기가 MC를 맡았고, 상금은 무려 100만 달러다. 새로 주목받는 가수도 생길 전망. MBN은 종편판 나가수로 불리는 '듀엣'을 준비 중이다. 지상파가 뿔이 날 수도 있는 상황. 가요계에서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가 종편발 신인들의 대거 등장을 우려해, 엠넷 '슈퍼스타K' 출신들까지 포함한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출연을 모두 자제시키면 어쩌나 우려가 높아지기도 했다.
오디션 출신 가수를 맡고 있는 한 가요관계자는 "인기 가수의 경우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다. 그러나 그 선택에 따른 각종 후폭풍은 상당해서 한동안 머리가 꽤 아플 것 같다. 일반 가수의 경우에는 더 치열하게 눈치를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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