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이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극 중 향기(정유미 분)의 캐릭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향기는 지형(김래원 분)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로, 약혼까지 했던 관계기도 하다. 향기는 지형의 말이면 무조건 'OK'다. 자신 부모의 명령보다 혹은 자신의 뜻보다 오빠 지형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순종적인 캐릭터다.
극 초반 향기는 지형과의 결혼을 앞두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애인 서연(수애 분)에 마음이 빼앗긴 지형은 이런 향기를 귀찮아한다. 여자라면 서운할 수 도 있는 지형의 태도지만 그럼에도 향기는 "응 알았어. 오빠", "오빠 말대로 할게"라며 지형의 말에는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로 '오빠 바보'다.

상대방을 지극히 사랑한다면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형이 자신을 배신하고 서연과 결혼식을 올릴 때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또 서연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측은한 마음에 눈물도 흘린다. 오빠(지형)와 언니(서연)가 불쌍하다는 이유에서다. 향기는 오히려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간 사실을 잊어버린 듯싶다. 향기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 아닌데 말이다.
'천일의 약속'은 그동안 정통 멜로드라마를 선보여 마니아 시청자층을 확보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지만, 향기는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의 등장으로 김수현 작가의 감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은 '천일의 약속'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하고 봤는데, 정유미 캐릭터는 너무 아닌 것 같다", "정유미는 마치 조작된 로봇 같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향기의 사랑은 어느 정도 초반에는 이해가 갔지만, 이제는 실소가 나온다", "향기가 처음에는 귀여웠는데, 얼마 전부터 사랑을 넘어 집착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솔직히 공감이 안 간다", "차라리 다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모습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향기 캐릭터에 대해 혹평을 보냈다.
총 20부작인 '천일의 약속'은 이제 14회 까지 방영됐다.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천일의 약속' 속 향기가 향후 참신한 모습으로 변해갈지 아니면 무의미한 사랑을 계속 하게 될지 주목해 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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