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네요. 제가 뭘 한 게 있어야죠".
한화 정민철(39) 투수코치는 지난달 30일 구단 납회식에서 코치상을 받았다. 구단 자체 시상이었지만 올해로 코치 데뷔 2년차가 된 정민철 코치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상이었다. 정 코치는 "부끄럽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이런 상을 주시는지 모르겠다. 아직 많이 모자라다"고 웃으며 손사래쳤다.
정 코치는 지난 5월6일부터 1군 메인 투수코치라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까지 한화는 7승19패1무 승률 2할6푼9리로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한대화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정민철 코치에게 "네 의견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코치가 되라"고 주문하며 중책을 맡겼다.

이후 한화는 거짓말처럼 상승세를 탔다. '에이스' 류현진 뿐만 아니라 양훈·김혁민·안승민·장민제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진에서 분투한 게 발판이었다. 정 코치는 일관성있는 피칭과 자신감을 강조하며 어린 투수들에게 친형처럼 다가섰다. 때로는 의자를 집어던지는 과격한 액션으로 그들의 잠든 승부욕과 잠재력을 일깨우기도 했다.
정민철 코치는 "한용덕 코치님과 캠프 때부터 준비한 게 있었지만, 막상 시즌 초반 뚜껑을 열어보니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한 코치님과 잡은 방향으로 끝까지 간 것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다. 류현진 이외에도 양훈·김혁민·안승민 등의 기량이 기대만큼 올라왔다. 한 코치님과 강조한 부분이 어느 정도 근사치에 왔기에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정 코치는 "아직 우리 투수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상대 타자에게 주는 압박감이나 장악 능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목마른 부분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지난 한 달간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데 힘썼다. 한용덕 코치가 올해 공을 많이 던진 김혁민과 안승민의 구종 개발에 집중했고, 정 코치가 나머지 투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정 코치는 "우리 투수들은 거의 모두 같은 스타트 라인에 서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 있고 기회의 문도 열려있다. 중요한 건 누가 스펀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적응하며 준비하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 더 큰 성공을 향한 정 코치의 어조는 단호하지만 희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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