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양훈, "올해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02 13: 49

"만족할 수 없죠. 얼마나 잘했다고".
한화 7년차 우완 투수 양훈(25)은 올해 27경기에서 6승10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데뷔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내며 143이닝을 던졌다. 팀내 최다 투구이닝. 완봉승도 하고, 10이닝 피칭도 있었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가장 발전한 투수로 주저하지 않고 양훈을 꼽는다. 그러나 정작 양훈 본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시즌 종료 후 대전구장에 남아 잔류군과 마무리훈련을 한 양훈은 "올해 많이 던지기는 했지만 성적은 안 좋다. 승수도 적고 평균자책점도 4점대다. 3점대라면 몰라도 4점대는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아쉬운 게 많다"고 털어놓았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3.6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브랜든 나이트(넥센·3.5점) 다음 낮지만 그는 "운도 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월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시즌 첫 승을 생애 첫 9이닝 완봉승을 거둔 뒤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완봉승 이후 18경기에서 6승6패 평균자책점 3.76을 거둔 것이다.
무엇보다 '이닝이터' 자질을 보였다. 올해 12차례 퀄리티 스타트했는데 그 중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피칭이 7경기. 양훈보다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가 많은 토종 투수는 KIA 윤석민(11회) 두산 김선우(11회) 한화 류현진(8회) 등 리그 대표하는 톱클래스 투수밖에 없다. 데뷔 후 주로 불펜 투수로 뛴 그이기에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은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양훈은 "선발을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체력이 될까 싶어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까 힘들지 않더라"며 "코칭스태프에서 믿고 기회를 주시니까 좋아진 것 같다. 완봉을 한 후 '나도 길게 던질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커브를 아예 안 던졌는데 올해 느린 커브를 간간이 던지면서 상대 타자 타이밍 뺐기 쉬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그는 "기복을 줄이고 싶다. 경기 초반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양훈의 피안타율은 1~3회(0.284)가 4~6회(0.240)·7~9회(0.219)보다 매우 높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도 경기 초반 흔들린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후 달라졌다. 그는 "부상 이후 힘 빼고 던지는 법을 알았다. 공을 던질 때 느낌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9월 이후 6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41로 호투했다. 퀄리티 스타트 5회로 기복이 사라졌다. 스스로 "부상 당한 건 아쉽지만,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한 것도 깨달음을 얻은 덕분이다.
올해 가능성을 보인 만큼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대화 감독도 "올해 가장 가능성을 보인 투수다.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훈도 "믿고 내보내주실 때 잘해야 한다. 아픈데가 없으니까 체력 운동부터 열심히 해서 스프링캠프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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