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동명이인 선수가 있습니다. 김태균 SK 코치와 '김별명' 김태균, '홈런왕' 이승엽과 두산의 이승엽 등 여러 케이스가 있죠. 이런 '동명이인' 선수 파트너 가운데 같은 시기에 같은 포지션에서, 거기에 같은 팀에서 활약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큰,작은' 이승호입니다.
두 이승호는 모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한 좌완 투수입니다. 둘을 구분할 때는 나이가 많고(35) 키가 큰 이승호를 '큰승호', 나이가 어리고(30) 키가 작은 이승호를 '작승호'라 불렀죠. 기사를 쓸 때는 두 선수의 등번호를 붙여 (37)이승호, (20)이승호 이런 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덕분에 '작은' 이승호는 SK에 있으면서 '승호'보다는 '작승호'로 불렸죠.
이번 FA 시장 때 드디어 두 이승호는 헤어졌습니다. 작은 이승호는 롯데와 FA 협상을 맺으며 팀을 옮겼고 마찬가지로 FA를 신청했던 큰 이승호는 SK에 남았습니다. 드디어 '작은'과 같은 이름을 부르는 데 불필요한 수식어가 필요 없을거라 생각했던 이승호. 다들 이제는 이승호를 '승호'라 부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옮긴 팀 롯데에서도 이승호는 '승호'로 불릴 수 없게 됐습니다. 이유는 양승호 감독과 이름이 같기 때문이죠. 30일 납회행사 가운데 양승호 감독은 이승호를 불러다놓고 선수들에게 "나랑 얘랑 같이 있을 때 '승호'라고 부르지 마라. 꼭 나한테 반말하는거 같잖아"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앞으로 이승호 부를 때 '작승호'라고 부르던대로 불러라"고 정해줬습니다. 결국 이승호는 옮긴 팀에서도 '승호'라 불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말 그대로 '승호를 승호라 부르지 못 하는'상황입니다.
이어 양 감독은 이승호에게 "내가 올해 못 할때 호구니 뭐니 하는소리 많이 들었다. 너도 못하면 똑같은 별명 붙는다"며 농담과 함께 활약을 부탁했습니다.
많은 기대속에 팀을 옮긴 이승호의 내년 별명이 '이승호감', '이승호굿'이 되길 바랍니다.
/신천옹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