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용덕한과 함께 군에서 제대한 최재훈 3명의 주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이부 라이온스 황금기를 직접 이끌었던 왕년의 안방마님은 새 팀의 주전 포수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토 쓰토무 두산 베어스 신임 수석코치가 양의지(25), 용덕한(30), 최재훈(22) 포수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비췄다.
이토 코치는 1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을 마치며 "선수들의 열정이 놀랍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인 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전 휴식기를 알차게 보냈으면 한다. 또한 투수들이 변화구 구사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라며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김진욱 감독을 보좌하며 선수단을 아울러보고자 하는 수석코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1982년 세이부에 1순위로 지명되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토 코치는 기요하라 가즈히로, 아키야마 고지 현 소프트뱅크 감독, 구도 기미야스, 이시게 히로미치, 곽태원 등과 함께 1980년대 세이부 황금시대를 일군 주역이다. 동료들이 팀을 떠난 반면 2000년대 초반까지 세이부를 지키며 프랜차이즈 스타 포수로 활약한 이토 코치는 2004년 감독으로서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하며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자신의 주전공인 포수 분야인 만큼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이토 코치는 "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포수들의 기량점검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거 같다. 특히 최재훈의 기량향상에 상당히 만족한다"라며 "양의지, 용덕한과 함께 군에서 제대한 최재훈 3명의 주전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신 OB 시절까지 포함해 베어스는 1982년 원년부터 김경문 NC 감독, 조범현 전 KIA 감독을 비롯해 많은 실력파 포수를 배출했다. 올 시즌 삼성 주전 포수로 활약한 베테랑 진갑용 또한 OB에서 데뷔해 1999년 삼성으로 이적한 케이스. 베어스를 거치거나 팀에서 활약한 전현직 포수들을 돌아보면 가히 '포수 사관학교'로 불러도 무방하다.
지난해 20홈런 포수가 되며 신인왕좌에 오른 동시에 올 시즌 119경기 3할1리 4홈런 46타점으로 3할 포수가 된 양의지는 약점으로 꼽혔던 도루 저지 면에서 괄목 성장을 일궈냈다. 도루 저지율 4할1푼3리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정상호(SK, 4할3푼3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두뇌 회전도 빠르고 나이 답지 않은 담력과 여유를 갖추고 있어 투수들도 선호하는 스타일의 포수다.
지난 2시즌 동안 양의지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내줬으나 용덕한의 기량도 눈여겨봐야 한다. 2009년 기본에 충실한 인사이드워크와 블로킹 능력으로 후반기 두산 안방을 지켰던 용덕한은 올 시즌 60경기 1할4푼9리 2타점에 그친 데다 시즌 중 뒤로 빠진 공을 줍는 대신 격분하는 바람에 판정 항의에 나서다 타자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모습을 보이며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그러나 팀 내 포수들 중 가장 전략 이해도와 임기응변 능력이 높은 선수로 꼽히는 포수가 바로 용덕한이다. 그동안 타 구단에서 트레이드 오퍼가 빗발쳤으나 팀에서는 용덕한에 대해 "타 팀 주력급 투수가 오지 않는 한 절대 내줄 수 없는 포수"로 꼽았다. 팀 전략과 투수들의 전반적인 성향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 더 큰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킹 능력에서도 아직 팀 내 최고 수준인 만큼 포크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팀 내 젊은 투수들의 선호도가 높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복귀한 최재훈은 포수 경쟁 '태풍의 눈'. 이미 덕수고 시절부터 "도루 저지 능력만큼은 프로에서도 최상위권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최재훈은 올 시즌 2군 북부리그서 96경기 3할3푼 16홈런 79타점(1위)으로 공격력에서도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까지 최재훈은 '수비형 포수'의 이미지가 강했던 유망주였다.
175cm로 체구는 작은 편이지만 경찰청에서 블로킹 능력도 굉장히 좋아졌다. 통산 1군 출장이 단 한 경기에 그쳐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재훈은 지난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을 다녀온 뒤 "관중이 운집한 곳에서 야구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 알게 되었다. 2년 전 의지형처럼 나도 경찰청 출신 신인왕에 도전하고 싶다"라며 수직상승한 자신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2007시즌 중반 홍성흔(롯데)이 마스크를 멀리하게 된 이후 두산에서 2년 이상 주전 포수로 활약한 이는 없다. 홍성흔을 제쳤던 채상병(삼성)은 2008시즌 이후 최승환(한화)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넘겨준 뒤 트레이드되었고 최승환도 2009시즌 중반부터 무릎 부상으로 인해 용덕한에게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양의지가 두 시즌 째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 중이지만 김진욱 신임 감독은 "중용은 없다. 다만 경쟁 기회가 주어질 뿐"이라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세 명의 포수 모두 근성이 대단한 선수들이다. 용덕한은 팀 내에서 손꼽히는 '악바리형' 선수고 양의지는 데뷔 초기 2군에서 겪었던 설움을 아직도 기억하며 마무리훈련까지 자진해 참가했다. 최재훈 또한 신고 선수로 출발해 부단한 노력으로 정식계약을 맺은 데 이어 경찰청 시절에도 끊임없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웠다.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세 포수 중 누가 김 감독과 이토 코치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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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용덕한-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