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강호동의 조폭연루 증명하라. 아니면 사과하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12.02 08: 54

[김재동의 변죽딴죽] 단독보도!
세칭 ‘쟁이’라 부르는 기자들 사이에선 정말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쟁지나 경쟁방송사들을 물먹이고 나만이 홀로 사실을 발굴해 기사를 썼다는 짜릿함.

쟁이의 맛이다.
12월 1일 개국한 종편 채널A도 눈에 띄는 단독보도를 했다.
강호동이 23년 전인 1988년 11월14일 일본 오사카의 한 일식집에서 열린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의 의형제 결연식에 참석했다는 보도다.
확실히 눈에 띄는 단독보도다. 그렇긴한데...
그래서 강호동이 폭력조직과 연관이라도 됐다는건가? 고3시절 낮에는 모래판서 운동하고 밤거리에선 조폭으로 활동이라도 했다는건가? 타고난 힘을 앞세워 열여덟 어린나이에 이강환 여운환 최창식 박종석등 당대의 보스들과 나란히 사카스키(酒盃) 의식에 참석할만큼 두각을 나타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말이다.
뉴스는 ‘이런 회합이 처음인듯 긴장된 모습...’ ‘신기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결연식을 지켜봅니다’등 강호동의 동선을 따라 설명을 곁들인다. 실제로 화면속의 강호동은 앳된 호기심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어 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로연장 모습. 두목급들이 노래부르는 무대 바로 앞에 앉은 강호동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자의 보도는 이어진다.
“... 무대 바로 앞에 앉은 강씨는 서열이 낮은듯 여전히 낯설고 불편해보입니다”
보도 첫머리. 일식집 입장모습을 보며 기자는 “강씨는 이강환씨의 일행입니다”고 소개했고
피로연 장면에선 “서열이 낮은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치 ‘칠성파의 낮은 서열 강호동’이란 말을 하고있는듯하다.
이렇게 위험한 보도가 가능한가?
기자는 말미에 “이에 대해 강씨는 대회참석차 일본에 갔을때 단장이 식사하러가자고 해 따라갔다고 해명했습니다”를 붙였다.
기자는 분명히 강호동의 해명을 들었고 그 해명이 거짓이란 증거를 갖고있지도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서열이 낮은듯 보인다’는 추정기사를 감히 쓸 수가 있는건가?
개국특집 메인뉴스라면 참 심혈을 기울였을법한데 한 개인의 명예를 추락시킬만한 23년전 사건의 추정기사를 발굴특종처럼 보도할 이유가 있었을까 궁금하다.
혹시 유명연예인 강호동의 이름을 빌어 채널A의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한 편성은 아닌가?
유신과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항거했던 동아방송의 치열했던 보도정신을 장시간 소개해놓고, 그래서 지켜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해놓고는 이런 뉴스를 내보낸다는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얼마전 있었던 강용석의원의 최효종고소해프닝의 재판이상으론 보이지않는다. 강용석 의원은 고소를 취하하며 애꿎은 피해를 본 최효종에게 사과했다. 채널A는 추가보도를 통해 강호동이 조폭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될 것이다. 아니라면 강호동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될 것이다.
동아방송의 열혈보도정신을 계승했다는 채널A가 잘못을 사과할줄 모르는 또하나의 오만한 언론권력이 되지않길 바랄뿐이다.
[극작가,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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