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에는 풀시즌 선발 경험이 없다. 조금 걱정도 된다".
이승호(30,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달 22일 FA 이승호는 롯데와 4년에 24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이승호를 올 시즌 초반 고원준처럼 선발과 중간을 왔다 갔다 하도록 하진 않을 것이다. 한 자리에 못박아두고 쓸 것이다"라면서 "일단 본인이 선발 의향을 보이고 있으니 선발로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이승호의 기용 방침을 공개했다.
이승호 역시 선발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부터 이승호는 가끔 선발로 등판하긴 했지만 주로 불펜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롯데 납회행사에 참석한 이승호는 취재진과 함께한 자리에서 "선발 전환은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어 "2004년 이후에는 풀시즌 선발 경험이 없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그런 걸(선발) 안 해봐서 조금 걱정도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0년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한 이승호는 첫 해 42경기 등판, 139⅔이닝 10승 12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4.51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 이듬해는 35경기서 220⅔이닝이나 소화하며 뛰어난 이닝이팅 능력을 뽐냈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2004년 시즌을 마치고 어깨 부상이 발견되며 긴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부상 여파로 2005년은 3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고 2006년과 2007년은 어깨 수술과 재활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08년 1군에 복귀한 이승호에게 풀타임 선발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해 두 차례 선발로 나섰으나 승패없이 4⅓이닝 5실점이라는 기록만 남겼다. 올 시즌은 단 한 경기에만 선발 출전, 2⅓이닝 2실점만 기록했다. 이승호 본인이 어깨수술 이후 공을 길게 던지는 데 부담을 가진 데다가 2008년 복귀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승호를 주로 불펜투수로 기용한 것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롯데는 SK와 사정이 다르다. 올해 15승을 거뒀던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좌완 선발진에 빈 자리가 있다. 여기에 이승호는 "가급적이면 선발로 뛰고 싶다"고 의사를 표했고 양 감독 역시 "본인 의사가 그렇다면 일단 선발로 고정해 기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전지훈련 등을 통해 최종 결정될 일이지만 이승호가 내년엔 2004년 이후 8년 만에 풀타임 선발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승호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롯데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는 "아직 롯데에 온 지 얼마 안돼서 확실히 파악은 안 됐지만 이승호의 몸에는 특별히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선발로 뛰는 데 이승호의 몸 상태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체력이다. 이승호는 최근 몇 년동안 중간계투로 활약했기에 풀타임 선발을 치를 체력이 관건이다. 이 트레이너는 "이승호의 어깨 등 몸 상태는 두 번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발로 뛸 체력이 되는지 여부다. 일단 스프링캠프 가서 여러 테스트를 거쳐 봐야 감이 올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는 "그래도 예전에 선발로 뛰었던 경험이 있기에 금방 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역시 "오랜시간 선발로 안 나가서 조금 걱정도 된다. 일단 스프링캠프 가서 몸을 만들어야 할 것같다"고 인정했다.
이승호는 "내년 목표는 타이틀 보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체력, 볼배합, 힘조절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SK 있을 때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과연 2012년 이승호가 롯데 마운드의 전력누수를 최소화 할 퍼즐 조각이 될 것인가. 내년 봄 이승호의 체력보강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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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