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나는 꼼수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고양 오리온스는 지난 2일 김승현을 서울 삼성으로 보내고 포워드 김동욱(30)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로써 김승현은 2001∼2002시즌 입단했던 오리온스를 떠나 10년 만에 새로운 팀에서 제2의 농구 인생을 펼치게 됐다.
트레이드는 됐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번 트레이드로 인한 충격이 크다. 시작은 프로농구를 위하겠다는 KBL 한선교 총재의 선언부터 시작됐다. 법정 공방이 오갔던 상황이 모두 정리되면서 "욕은 내가 혼자 먹겠다"는 한 총재의 발언으로 급물살을 탔다.

오리온스와 이적 협상을 벌였던 창원 LG는 이번 트레이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LG에 따르면 1일 김승현을 LG로 보내고 김현중과 현금을 오리온스가 받는 트레이드에 구두로 합의했으나 선수 양도·양수 계약서 교환 직전에 오리온스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물론 이번 일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일단 가장 큰 잘못은 오리온스에 있다. 오리온스와 연봉 지급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 김승현은 지난해 11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그러다 최근 오는 8일까지 타 팀 이적을 조건으로 오리온스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다시 코트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오리온스는 삼성을 비롯 LG 전자랜드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다 최종적으로 삼성으로 보내는 데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오리온스가 여러 구단을 기웃거리다 뒷말을 낳게 됐다.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은 지난달 30일 허병진 LG 단장을 만나 김승현과 김현중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양측은 1일 오후 발표하기로 해 선수 양수·양도 계약서 및 약정서에 도장을 찍는 일만 남겨놨다.
두 구단은 이미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교환했다. 하지만 갑자기 오리온스가 협상을 거부했다. 그것도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심지어 오리온스는 트레이드에 포함된 현금 액수를 절반으로 줄여 발표하자고 했다.
LG는 피해를 입었다. 이미 트레이드 대상인 김현중에게 사실을 알렸고 1일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팀 분위기는 망가졌다. LG는 어쩔 수 없었다. LG는 1일 경기 전까지 20경기, 오리온스는 19경기를 소화했다. 따라서 규정상 김현중이 1일 KCC전까지 뛰면 이적 후 두 경기를 쉬어야 하기 때문에 오리온스에서 먼저 트레이드를 빨리 확정하자고 요청을 했다.
두 번째 잘못은 김승현에 있다. 오리온스와 계약서에 '선수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현은 LG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선수 복귀가 결정된 상황에서 많은 구단이 거론됐지만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뒤집었다. 구단은 김승현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승현의 경우는 합리성 여부를 떠나 국내 프로 스포츠 트레이드 사상 선수의 의사가 가장 우선시 돼 이적이 이뤄진 첫 케이스가 됐다. 즉 앞으로 프로농구 구단들은 마음대로 트레이드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게 됐다.
김승현은 오리온스와 법정 다툼을 접고 복귀를 알리면서 "코트에서 뛸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좋다"고 했다. 하지만 LG는 안 되고 삼성은 된다는 것이 김승현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일이 꼬였다.
KBL도 이 문제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선수 한 명의 복귀로 농구 인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당위성만 강조했다. 과연 김승현이 얼마나 농구의 인기를 몰고 올지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번 문제로 인해 불거진 사항들에 대해 KBL은 전혀 조정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문제가 된 오리온스 구단만을 감쌌다.
LG와 함께 삼성도 타격을 입었다. 김상준 감독이 트레이드 불가를 외쳤던 김동욱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또 팀 분위기도 흔들리면서 엉망이 됐다. 팬들의 원성은 당연히 따라왔다.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KBL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짙어졌다는 점. KBL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인기 몰이는 선수 한 명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농구를 살리겠다는 총재의 의지는 좋았지만 호기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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