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우완투수 정재복(30)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이판 재활 훈련을 통해 2012시즌 부활을 다짐했다.
정재복은 4일 사이판으로 재활 훈련을 떠난다. 영하 가까이 뚝 떨어진 한국에서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정재복은 몇몇 선수들과 함께 기회의 땅 사이판을 찾는다.
무엇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재복은 LG 마운드에서 마당쇠같은 존재였다. 지난 2003년 LG에 입단해 선발, 중간, 그리고 마무리까지 경험한 정재복은 2005년 홀드 3위(14홀드), 2008년 세이브 6위(13세이브) 홀드 10위(10홀드)에 올랐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0 시즌 초반 찾아온 부상 때문에 고생한 정재복은 지난해 11월 19일 미국 LA로 건너가 조브 클리닉에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와 연골 연화증 치료를 받았다. 이후 부활을 다짐하며 열심히 재활했으나 지난 8월이 되어서야 공을 던질 수 있었지만 2군에서만 뛰고 1군에는 올라오지 못했다.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을 부상, 그리고 재활로 허송세월 한 정재복은 내년 시즌 만큼은 다시 팬들 앞에 서서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일단 2010년 11월에 만났던 정재복과 2011년 12월에 만난 정재복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자신에 대한 에고가 강했다고 할까. 그러나 지금의 정재복은 나를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재복은 진주 마무리 훈련 때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산책부터 오전, 오후로 체력 훈련과 등산을 통해 자신을 단련했다.
정재복은 "마무리 훈련 동안 한계를 느낄 때까지 운동을 해봤다. 매일 매일 '오늘만 참자'라는 마음을 버텼다. 내가 생각해도 올해 팀에 한 것이 없었다. 나도 이제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일단 정재복은 조계현 수석코치를 통해 자신의 투구폼 수정에 대해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 정재복은 전형적인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한다. 워낙 타고난 힘이 좋아 상체로만 공을 던져도 수준급의 스피드를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부상의 원인이 상체 위주의 피칭임을 스스로 깨달은 정재복은 진주에서부터 조계현 수석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에 만족해 하고 있다.
정재복은 "예전에는 너무 생각이 많고 복잡했다. 팔에만 너무 신경을 써서 상체 위주로도 던졌다. 그러나 진주 캠프 때 캐치볼을 하면서 상체 위주로 피칭을 하다가 수석 코치님이 하체를 이용하는 법을 쉽게 설명해 주셨다. 팔도 떨어졌다 강제로 끌어 올리는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돌리는 것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조계현 코치 역시 정재복을 보며 "신체 조건이 너무 좋은데 팔만 사용한다. 그래서 다리를 들고 나간 뒤 팔이 나오도록 수정했다"고 밝혔다.
LG는 스토브리그 동안 마무리 투수였던 송신영(35)을 잃었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 시즌 불펜에서 큰 힘이 되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 여러 명의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 정재복이 되어야 한다.
과연 정재복이 모든 훈련 과정을 소화하고 내년 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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