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한국프로야구가 마침내 연봉 10억원시대를 연다. 한화와 김태균이 연봉 10억원+α에 합의한 것이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 연봉은 2005~2008년 삼성 심정수가 받은 7억5000만원. 이후에도 프로야구 최고 연봉은 7억원대였다. 하지만 한화와 김태균이 단숨에 8~9억원대를 넘어 10억원대를 돌파했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한화와 김태균의 연봉 10억원대 합의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1982년 출범 후 올해로 30주년이 된 프로야구는 올해 역대 최다 680만9965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관중과 그에 따른 마케팅 및 수익 창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주체가 되는 선수들의 연봉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롯데와 이대호가 벌인 연봉 협상 줄다리기는 구단과 선수간의 시각차를 제대로 보여줬다. 최초의 타격 7관왕에 빛나는 이대호에게 롯데는 2003년 삼성 이승엽이 받았던 6억3000만원을 제안했다. 끝까지 7억원을 고수한 이대호와 연봉 조정까지 거쳐야 했다. 그때 이대호 측에서 주장한 것이 바로 물가 상승률이었다.
프로 출범 11년 만이었던 1993년 해태 선동렬이 국내 선수로는 최초의 1억원대 연봉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00년 현대 정민태가 3억1000만원으로 단숨에 2억원대마저 넘었다. 2002년 한화 정민철이 4억원대의 문을 열었고, 2003년 삼성 이승엽이 6억3000만원으로 5억원대마저 넘었다. 1년 뒤인 2004년에는 현대 정민태가 7억4000만원으로 최초로 7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초고속으로 단위를 깼다. 그러나 정민태 이후 최고 연봉 단위는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7년간 7억원대가 최고 연봉이었다.
7억원대 연봉은 하나의 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화와 김태균이 과감하게 그 벽을 허물었다. "내가 돌아갈 곳은 한화 뿐"이라며 의리를 지킨 김태균에게 한화가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10억원대를 안기기로 한 것이다. 물론 FA 신분이 아니라 연봉에 계약금을 보전하는 의미도 있지만, 10억원대라는 액수가 갖는 상징성은 어마어마하다.
김태균은 "내가 이만큼 받는다면 앞으로 다른 선수들은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 몇년째 7억원대였는데 시장이 더욱 커지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야구인은 "처음 벽을 깨는 게 어려운 것이다. 한화와 김태균이 벽을 깬 만큼 앞으로 선수들의 연봉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친정팀 삼성 복귀를 앞두고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연봉 가이드 라인도 1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억원대 벽이 깨진 만큼 프로야구 시장도 더욱 활성화되고, 선수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도 훨씬 커졌다. 김태균도 "책임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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