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프로야구의 '최고 철인'을 뽑아라.
야구는 부상이 많은 종목이다. 날아오는 공에 맞을수도 있고, 수없이 공을 던지다 팔꿈치나 어깨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선수와 선수가 만나는 베이스, 특히 홈 플레이트는 언제든 충돌 위험이 있기에 부상의 위험성이 크다.
부상선수를 최소화하는 것은 팀 전력 유지를 위한 기본이다. 삼성이 올해 우승을 차지한데는 큰 부상을 당해 결장한 선수가 적어 전력누수가 적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기에 한 시즌동안 최대한 부상을 피하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는 연말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 여러 부문에서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킨 철인들은 누가 있었을까.
▲ 투수부문 - 최다 경기출전, 최다 선발등판, 최다 이닝·투구수, 최다 경기종료
올 시즌 133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 등판한 투수는 LG 이상열, SK 임경완, SK 정우람 등 모두 세 명이다. 이상열은 77경기에 등판해 44이닝 6패18홀드3세이브를 기록했다. 주로 좌완 원포인트로 등판했기에 등판 회수에 비해 소화한 이닝수가 적다. 이어 SK 임경완은 72경기에 등판, 65⅔이닝 4승3패18홀드를 올렸다. 등판 시마다 거의 1이닝씩 책임졌다. 정우람은 이 셋 가운데는 가장 적은 68경기에 나섰지만 무려 94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25홀드7세이브로 홀드왕에 올랐다. 시즌 중반 한 때 규정이닝을 채울 정도로 ‘고무팔’을 뽐냈다.
선발 등판회수도 중요하다. 많은 선발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지키고 싶다"라고 말 할 정도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시즌동안 큰 무리 없이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부문에서는 외국인투수 3인방이 나란히 3위까지 차지했다. LG 벤자민 주키치는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187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8패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넥센 브랜든 나이트가 30경기 선발 등판, 172⅓이닝 7승15패로 이었고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29경기 선발 등판 15승6패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세 선수 모두 소속팀과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최다이닝은 주키치가 187⅔이닝, 니퍼트가 187이닝, 롯데 장원준이 180⅔이닝의 순으로 기록했다. 반면 투구수는 순위가 조금 달랐다. 니퍼트가 3118개의 공을 던져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나이트가 3029개, 롯데 송승준이 2999개로 뒤를 따랐다. 주키치는 2897개를 던져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투구수는 4위에 올랐다.
최다 경기종료는 단연 삼성 오승환이다. 올 시즌 47세이브로 독보적 1위에 오른 오승환은 올 시즌 54경기에 출전해 52경기에서 마지막까지 마운드에 남았다. 올해 20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오른 롯데 김사율은 61경기 등판 가운데 46경기를 매조지었다. 손승락이 49경기 가운데 34경기, 임찬규가 65경기 가운데 30경기를 마무리하며 뒤를 이었다. 모두 마무리 혹은 팀의 핵심 불펜 요원이다. 이색적인 선수는 삼성 이우선이다. 이우선은 올 시즌 승·패·홀드·세이브 등 모든 기록이 없다. 그 가운데서도 35경기에 등판, 24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삼성의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 - 주키치를 올해 투수들 가운데 최고의 철인으로 꼽고싶다. 최다 이닝, 최다 선발등판 등에서 보여지듯이 주키치는 올해 쌍둥이 마운드를 받치는 거대한 기둥이었다. LG는 2000년 데니 해리거(31G 225이닝 17승 10패)이후 11년 만에 '정력왕' 외국인투수를 얻었다.
▲ 타자부문 - 전 경기 출장, 최다 타석, 최다 사구
올 시즌 전 경기 출장에 성공한 타자는 롯데 이대호·전준우, 삼성 최형우, 한화 강동우 등 모두 4명이다. 지난해 3명(넥센 강정호, KIA 안치홍, LG 조인성)에 이어 통산 두 번째로 적은 숫자다. 연간 경기수가 133경기로 늘어나며 전 경기출장은 더욱 어려운 기록이 됐다. 그리고 그 만큼 팀에는 값지고 개인에게는 훈장과도 같다.
같은 전 경기 출장이라도 수비 포지션에 따라 달성 난이도는 다르다. 이대호는 수비 부담이 적은 1루로 주로 출전했고, 최형우는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갔다. 강동우는 한국 나이로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견수, 우익수 등 외야수로 나서며 전 경기 출장에 성공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중 전준우는 수비 부담이 가장 심한 중견수로만 117경기에 나서며(3루수 15G, 대타 1G) 전 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전 경기 출전 선수 네 명이 최다 타석 순위도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했다. 최다 타석도 전준우의 차지였다. 전준우는 모두 601번 타석에 들어서 539수 162안타로 타율 3할 1리를 기록했다. 강동우가 전준우에 조금 뒤진 599타석을 기록하며 518타수 149안타로 타율 2할 8푼 8리를 올렸다. 강동우는 130경기에서 톱타자로 나섰지만 116경기를 1번 타자로 뛴 전준우보다 오히려 타석이 적었다. 롯데의 활발한 타력이 전준우를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들어서게 했다.
최다 사구는 다른 의미로 철인이다. SK 최정은 올해도 20개의 사구를 기록하며 이 부문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공동 2위권인 한화 최진행과 삼성 박석민(13개)과는 7개 차이다. 올 시즌 사구 20개를 추가하며 최정은 통산 99개의 사구를 기록하게 됐다. 역대 17위 기록이자 현역선수 가운데는 5위 기록이다. 현역 가운데 최정보다 앞에 있는 이는 SK 박경완(165개·1위), 넥센 송지만(143개·4위), 두산 김동주(140개·5위), 이대호(129개·9위)다. 사구로 인해 잔부상에 항상 시달리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는 최정 이야말로 어쩌면 '철인'에 가장 가까울지 모른다.
결론 - 물리적 강도(?)로 보면 최정이지만, 꾸준함은 역시 전준우다. 전준우는 중견수 톱타자로 전 경기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데뷔 첫 3할 달성으로 롯데의 사상 첫 정규시즌 2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 전준우를 빼고는 롯데 타선을 짤 수 없다. 강동우 역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관리로 전 경기 출장을 달성한 것은 많은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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