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야수 조동화(30)에게 2011년은 기대와 아쉬움이 극과 극으로 교차한 한 해였다.
올 시즌에 앞선 스프링캠프 때 조동화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타격자세를 덩치에 맞게 맞추는데 집중했다. 다리를 들지 않고 하체로만 돌려 타격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조동화는 "2007시즌을 맞이할 때처럼 매일 내일이 기대됐는데 이번 캠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타격 기량이 상당히 늘었다. 올해 기대가 된다"는 김성근 전 감독의 칭찬까지 받았다.
더구나 조동화는 올 시즌 후 12월 11일 결혼을 한다고 선언,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절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수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난 만큼 올해는 타격으로 승부, 8년 사귄 예비신부를 당당하게 맞이하겠다는 각오까지 내비쳤다.

자신감이 가득한 채 맞이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좋지 않았다. 2할대를 겨우 넘는 타율이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9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불의의 사고를 겪어야 했다. 중견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으나 1회 이대호가 친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다가 왼쪽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땅이 파여진 곳에 슬라이딩을 하다가 걸려넘어졌기 때문이다.
심각한 부상이었다. 조동화는 "바깥쪽과 안쪽, 앞쪽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앞쪽 연골까지 다쳤다"고 당시 진단을 설명했다. 당초 알려졌던 왼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측부 인대 파열보다 더한 내용이었다. 점점 타격감이 오르던 조동화였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조동화는 당시 상황을 "좋아지려고 하다가 그래서 답답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과연 이를 지켜 본 예비 신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조동화의 아내가 될 김경미 씨는 인천에서 TV로 부상 장면을 접했다. 그녀는 "경기를 보고 있었지만 솔직히 크게 다쳤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 전화와 문자가 오고나서야 알았다. 어머님(조동화의 어머니)도 전화를 하셨다"면서 "내려갈 채비를 하는데 (동화) 오빠 전화가 왔다. 그 때서야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 긴박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또 무용을 전공, 인대 부상을 잘 알게 된 김 씨는 "병원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운동을 못한다'고 오빠에게 말했나 보더라. 오빠는 그런 내용을 내게 전화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그게 더 가슴이 아팠다. 자기가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텐데. 나를 배려해서 그렇게 말한 것을 알았다"면서 "솔직히 운동 그만두고 시골 가서 돈 없이 살아도 상관없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씨에게 조동화의 첫인상은 "너무 싫었다"로 표현됐다. 키가 훨친하게 큰 남자가 이상형이었기에 소개팅에 나온 자신의 키보다 조금 큰 조동화가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그러나 조동화는 끈질기에 김 씨에게 매달렸고 김 씨도 곧 조동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김 씨는 "점점 전화 통화가 늘어나고 만나면 만날수록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다. 착하고 잘해주더라. 가식적이지 않았다"면서 "사귄지 1년 되면서 결혼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다퉈도 하루를 가지 않았다. 내가 잘못해도 항상 오빠가 먼저 사과했고 빨리 풀자고 하기 때문"이라고 웃어보였다.
"아직 기분적으로는 결혼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살 빠지고 감기 몸살을 하는 거 보면 몸은 실감하는 것 같다"고 웃은 김경미 씨는 "야구를 알고 보니 욕심보다는 그냥 다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는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계획에 대해서는 "한 명만 낳고 싶은데 오빠가 2~3명은 낳아야 한다고 해서 고민"이라며 "애가 크면 야구선수로 키우고 싶어한다. 애들과 잘놀아 주는 아빠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조동화의 동생 조동찬(삼성)과도 가족이 된다. 이에 김 씨는 "서로의 우애가 질투가 날 정도다. 동찬 오빠도 워낙 다정다감하고 착하다"고 칭찬했다. 이런 예비 아내에 대해 조동화는 "부모님이 참 마음에 들어하신다. 어머니는 거의 친딸처럼 챙기신다"면서 "어른들에게 예의가 바르고 항상 내 옆을 지켜주는 그녀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상무시절부터 8년을 사귀었지만 항상 내 옆에 있어줘 고맙다"고 치켜세웠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