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에 가까운 결정이다.
서울 삼성이 김승현(33·178cm)에게 올인했다. 삼성은 지난 2일 고양 오리온스에 김동욱을 내주는 조건으로 김승현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인트 가드 부재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삼성은 최후 카드를 꺼내 놓을 정도로 그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 남은 건 '김승현 효과'를 얼마나 극대화하느냐 여부다.
삼성은 올 시즌 창단 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4승17패 승률 1할9푼. 오리온스(3승17패)가 있어 최하위 자리를 면하고 있지만, 2할도 되지 않는 승률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원년 21경기에서 6승15패 승률 2할8푼6리의 성적으로 8개 구단 중 최하위 성적을 낸 적이 있지만 올 시즌처럼 무기력한 건 처음이다. 구단 사상최다인 9연패 수렁에 빠져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2002-200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사상 최다인 9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이라 이 같은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리자 팀 내 '최고의 카드' 김동욱을 내주면서까지 김승현을 영입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굉장한 모험이다. 김동욱이 팀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MIP)을 받은 김동욱은 올 시즌에도 17경기에서 평균 11.5점을 올렸다. 국내선수 중 득점 전체 11위에 해당하는 고득점. 내외곽을 넘나들며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김동욱의 존재는 삼성에 필수 요소였다. 그래서 애초 김상준 감독이 트레이드 불가로 찍었던 선수가 김동욱이었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정석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이시준과 박대남으로 힘겹게 시즌을 꾸려온 삼성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김승현은 김상준 감독이 추구하는 '런 앤 건' 농구에 가장 적합한 지휘자다. 올 시즌 삼성은 속공이 2.61개로 9위에 불과하다. 역대 최장신(222cm) 피터 존 라모스를 퇴출하고 데려온 아이라 클라크와 이승준 이규섭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김승현이 필요했다.
클라크 이승준 등 달릴 수 있는 빅맨들의 존재와 찬스만 만들어주면 해결할 수 있는 슈터 이규섭의 존재는 김승현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김동욱이 빠진 상태에서 이규섭이 얼마나 최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승현은 단순한 전력 보강용이 아니다. 김승현 영입 이전까지 삼성은 홈관중이 평균 3895명으로 2001-2002시즌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후 최소 관중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김승현 영입이 발표된 후 첫 경기였던 3일 울산 모비스전에서는 올 시즌 3번째로 많은 5266명의 관중이 찾았다. 김승현이 직접 뛰면 관중 동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은 김승현에 올인했다. 이제는 김승현이 최상의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할 차례다. 물론 김승현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벤치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남은 건 '최하위' 자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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