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야구만 잘하면 되죠".
한화 내야수 이여상(27)은 요즘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는 17일 2살 연하 박영실씨와 백년 가약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는 결혼 준비로 깨소금 나는 나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집중 보완하며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다. 등번호도 새롭게 7번을 달고 3루 사수 의지를 내비쳤다. 한화의 7번은 3루를 상징한다.
지난 한 달간의 마무리훈련은 이여상에게 피와 살이 된 시간이었다. 그에게 마무리훈련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삼성에서는 기량 부족, 한화에서는 부상을 이유로 매번 마무리훈련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데뷔 후 처음 마무리훈련을 참가하며 어느 때보다 알찬 시간을 보냈다. 타격과 수비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파악했다.

그는 "아무래도 타격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췄다. 내년에는 타율을 높여서 감독님이 '3루가 문제'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도록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래서 타격 준비동작을 조금 빠르게 가져갔다. 이여상은 "밸런스가 좋을 때는 상관 없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배트가 무겁게 느껴지고 힘이 떨어지는 폼이었다. 그 동작을 빠르게 잡으려 노력했다. 당장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시간을 두고 내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수비에 대한 갈증도 여전하다. 그는 "마무리훈련에서 가장 위안삼을 건 수비였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실책을 하지 않았고 수비 범위도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핫코너 강습 타구에 대한 훈련을 많이 했다. 김민재 코치님의 지도로 다이빙캐치도 연습하고, 타구를 판단하고 스타트하는 방법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핫코너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슈퍼루키' 내야수 하주석과는 룸메이트였다. 3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후배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이여상은 "정확히 10살차가 나더라. 경쟁자로 의식하기보다 후배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누가 뭐라 하더라도 기죽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가지고 있는 능력만 발휘한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이여상에게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바로 등번호다. 그는 기존의 등번호 22번 대신 내년부터 7번을 달기로 했다. 학창 시절부터 달았지만 유독 프로에서 인연이 없던 그 번호였다. 그는 "마음 속으로 항상 7번을 달고 싶었다. 이제야 달게 됐는데 새로운 전환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의 7번은 이범호와 송광민이 달았던 번호로 한화의 핫코너를 상징한다.
지난 겨울 이맘때 허리 수술을 받고 힘겨운 재활 시기를 보낸 이여상이기에 고된 마무리훈련과 경쟁은 스트레스이면서도 즐거움이다. 그는 "경쟁자가 많아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스프링캠프 때 다치지 않고 부상없이 하면 좋은 결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 결혼도 하기 때문에 이제 야구만 잘 하면 된다. 내년 시즌 우리팀도 기대되고, 나 자신에게도 많이 기대된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여상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올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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