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없이 한 시즌을 치른게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삼성 라이온즈 핵잠수함 권오준(31)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두 차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부상 악령과 싸웠던 그이기에 마운드에 오른다는 자체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5년 전 홀드왕 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올 시즌 53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1패 11홀드(평균자책점 2.79)로 삼성의 필승 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예년보다 팔 각도를 높인 뒤 더욱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기교보다 힘으로 승부하는 그에게 딱이었다.

"손 위치가 귀까지 올라갔더라. 대만 퉁이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을 끝까지 끌고 나올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겨우내 노력해야 한다".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에 이바지했던 권오준은 가을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마음껏 발휘했다. 10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권오준은 6회 1사 2,3루 위기서 선발 장원삼을 구원 등판, 안치용과 김강민을 연속 삼진으로 잠재웠다.
2,3루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삼성은 6회 2사 만루 찬스서 배영섭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후 "권오준을 투입해 실점막은 게 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권오준의 활약은 빛났다. 지난달 27일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서 3-3으로 맞선 6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 무실점(4탈삼진)으로 완벽투를 과시, 6-3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만족할 만한 한해를 보낸 권오준은 내년 시즌을 위해 재충전에 돌입한다. 그는 "당분간 푹 쉴 생각이다. 그렇다고 마냥 노는 건 아니다. 가볍게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예정"이라며 "20일부터 1주일간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 뒤 26일께 괌으로 떠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윤성환, 오승환(이상 투수)과 함께 일찌감치 괌에서 담금질에 나섰던 그는 부활의 날갯짓에 성공했다. 그는 "작년에 일찍 가니 확실히 좋았다"며 "한해동안 부상없이 뛰어 뿌듯했고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거둬 의미있는 한해였다. 내년에도 부상없이 뛸 수 있도록 몸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느덧 팀내 투수 서열 2위에 오른 권오준. 내년에도 마운드 위에서 포효하는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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