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터지는 한 방이 있다'.
수비축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울산 현대의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평가다. 그러나 4일 낮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달랐다. 울산은 이날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1-2로 졌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패배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공식에 '도전'을 천명했던 울산의 패배는 역시 제 색깔을 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1차전에서 1-2로 패해 2-0으로 승리하거나 세 골 차이로 이겨야 한다는 불리한 상황이 문제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3경기에 불과했던 울산은 공격에 다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평소와 같은 축구를 해야 한다. 골을 넣고 싶다고 터지는 것이 아니다. 결과보다는 내용을 중시하자. 완벽한 수비를 펼치면서, 공격 시에는 숫자를 늘리는 데 힘쓰자"고 주문했던 김호곤 울산 감독의 지령도 소용이 없었다. 수비수들의 숫자나 위치 등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재성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지만, 강민수가 충실히 메웠다.
그러나 전방까지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졌다. 이른 시간에 득점을 터트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흔들렸다. 루시오를 비롯해 김신욱과 설기현이 올라간 광활한 공간을 미드필더들은 감당해내지 못했다. 전반 21분 에닝요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기점으로 전북의 공세가 펼쳐졌고, 울산의 수비는 무너졌다. 전반 25분 박승일이 이동국을 넘어뜨려 내준 페널티킥은 그 결정판이었다. 다행히 김영광이 페널티킥을 막아냈지만, 이미 흐름은 전북에 넘어간 뒤였다.
한 번 구멍이 뚫린 그물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후반 11분 설기현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역전극을 꿈꿨지만 후반 14분 에닝요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줬다. 여기에 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는 루이스에게 결승골까지 내주면서 무너졌다. 정규리그 6위 울산의 반란이 준우승으로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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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