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야구명문으로 손꼽히는 신일고등학교는 4일 서울 미아동에 있는 본교에서 야구부 총동문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동문회에는 김항기 신일고 백구회 회장과 롯데 양승호 감독, 고려대 길홍규 감독, 두산 조성민 코치, SK 조인성, 넥센 강병식 등 전·현직 야구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40여명이 참가해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나눴는데요. 사실 많은 선수들이 결혼식 참가 등을 이유로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을 샀습니다.
1966년 개교한 신일고는 1975년 야구부를 창설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참가 세 번째만인 1976년 황금사자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서울지역 강호로 급부상했습니다. 이후 신일고는 1990년대 초반 조성민-강혁-백재호-조인성-김재현 황금 라인업으로 고교야구 최강자로 군림했습니다. 현재도 신일고는 꾸준히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며 야구 명문고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신일고에 집합한 동문회 참가 인원들은 도시락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2시 30분부터 신일고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된 사회인야구팀 '세한 레퍼즈'와 친선 경기를 가졌습니다. 경기는 6회까지만 치르기로 했고 30세 이하는 나무 배트, 그 이상은 알루미늄 배트로 타격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물론 경기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승리 팀에는 1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죠.

신일고 OB팀의 선발 투수는 조성민 코치. 한 때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호령했던 조 코치지만 1회 안타 3개를 내주며 1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얕보면 안 되겠다 싶었던지 신일고 OB에선 2회 투수를 박철홍 고려대 코치로 바꿨습니다. 동시에 포수는 최달호로 교체했죠. 박철홍과 최달호는 1986년 입학 동기로 25년 전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1987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합작한 배터리입니다. 이후 박철홍은 LG에 입단, 6시즌을 뛰며 통산 16승 16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습니다. 최달호 역시 LG에 입단해 3년을 뛴 후 1992년 선수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이날 박철홍은 추운 날씨에도 4이닝동안 1실점만 하는 괴력을 선보였는데요. 현역 시절과 똑같이 사이드암으로 힘껏 뿌린 공에 세한 레퍼즈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1-1로 맞선 4회말 공격에서는 '나 투수 출신이니 공 좀 살살 달라'고 말한 바로 뒤 힘껏 밀어쳐 역전 솔로포를 터트리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쓴 최달호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블로킹을 하며 투혼을 보여줬는데요. 특히 2-2로 동점을 허용한 5회말 공격에서는 무사 1루에서 좌중간 역전 2루타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결국 신일고 OB는 5-2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철홍 코치는 "고려대 제자들이 보고 있기에 대충 할 수 없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또한 타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연막 작전이었다 하는데요. 박 코치는 "워낙 저쪽 투수 볼이 좋아서 방심하라고 한 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25년 전 배터리가 승리의 쌍끌이가 됐습니다. 이제는 배가 나온 중년 신사가 됐지만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는 순간에은 25년 전 까까머리 야구부 학생으로 돌아갔습니다. 매년 열리는 신일고 야구부 동문회, 내년에는 스폰서를 얻어 '신일고-휘문고'와 같은 라이벌매치를 벌이는 것도 뜻깊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