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외부 FA를 정중히 거절한 사연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2.05 11: 09

프로야구 감독에게는 공통된 욕심이 있다. 바로 좋은 선수를 보면 자신의 팀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데려올 수 있을 지 고민하며 구단에 선수 영입을 요청한다. 이는 베테랑 감독, 신인 감독을 떠나서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LG 트윈스 김기태(42) 감독은 달랐다. 지난 10월 LG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오프시즌 동안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36), 마무리투수 송신영(35), 그리고 내야수 이택근(31)까지 3명이나 잃었다.
감독 첫 해를 앞두고 구단에 선수 영입 요청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김기태 감독은 외부 FA 영입 지원 의사를 밝힌 구단의 뜻을 정중히 거절했다. 구단 최고위층이 허락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괜찮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이고, 감독이다. 왜 선수 욕심이 없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내부 선수들과 믿음을 더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부 선수들과 신의를 지키겠다
 
김기태 감독은 취임식에서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 선수들과 믿음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이유가 있었다. LG는 과거 FA와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영입이 많았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돈을 쓸 수 있는 큰 손이다. 주전 선수들 가운데 외야수 이진영, 내야수 정성훈, 투수 박명환 등이 FA 계약을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이택근, 송신영 등은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있었다가 다시 떠났다. 그 외에 유원상, 김성현 등도 트레이드로 LG에 왔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는 외부 영입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없지 않았다. LG는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이 팀을 떠나면서 이들과 계약하기 위해서 준비한 돈 50억 원이 그대로 금고에 남아 있다. 여기에 이들이 타 팀과 계약하면서 자연스럽게 건너올 보상금까지 하면 65억 원 정도가 된다. 이 정도면 FA 시장에서 한두 명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내부 선수들에게 또 다시 외부 영입이 아닌 기존의 선수들을 가지고 전력을 극대화할 테니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별다른 의미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큰 믿음이 있는 것이다.
▲보상 선수가 너무 크다
김기태 감독이 FA 시장에 쉽게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외부 FA를 잡아온 뒤 보상 선수로 내줄 LG 선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FA 보상과 관련해 '야구규약 164조'에 직전 시즌에 다른 구단에 소속했던 FA 선수와 다음 연도 선수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 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 보수의 200%와 구단이 정한 20명의 선수 이외의 1명으로 보상해야 한다. 단, 전 소속구단이 선수에 의한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FA 선수의 전 소속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보수의 300%로 선수에 의한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가을야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덕분에 매년 유망주들을 상위 라운드에서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LG 2군에는 잘 만 다듬으면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석들이 많다.
보호선수 20명에 들어갈 이들을 살짝 봐도 당장에 타팀으로 갈 경우 주전급으로 활약이 가능하다. 일단 보호선수 후보군을 20여명으로 압축 해보자.
포수에서는 김태군, 심광호, 윤상균이 무조건 들어간다. 투수들을 압축해 보면 봉중근, 박현준, 임찬규, 김광삼, 신정락, 김선규, 이동현, 최성민, 한희, 김성현이 유력하다. 투수와 포수만 해도 13명이다. 야수를 보자. 오지환을 비롯해 김태완, 서동욱, 김남석, 윤진호, 정성훈, 정주현이 들어간다. 외야는 앞에서 언급한 6명 모두가 들어간다. 20명으로 압축을 하려고 해도 26명이다.
최소 26명이 내년 시즌 LG를 위해 꼭 필요한 선수들이지만 이들 중에서 한 명이라도 빠질 경우 문제가 된다. 김 감독도 "보상선수를 돈으로 줄 수만 있다면 외부 FA를 영입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출혈이 너무 크다. 정말 특A급 선수라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 전력을 누수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FA들이 상대팀에서 잘해도 된다
김 감독은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만약 이승호와 정대현과 같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치자. 이들이 마무리투수로 기록할 수 있는 세이브는 30개 정도다. 이걸 7개 구단으로 나눌 경우 4개 정도다. 바꿔 말해 이들이 LG가 아닌 타 팀에서 LG를 상대로 세이브를 4개 정도 거두게 된다.
김 감독은 "우리가 4개 정도 당한다고 볼 때 이 숫자를 한두 개라도 줄이고 타 팀에게 세이브를 해줄 경우 우리가 영입하지 않고도 상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만 잘 준비하면 꼭 FA 영입을 하지 않더라도 반사 효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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