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를 꼴찌팀 주장으로 기억할 거 아닌가요".
영웅군단의 캡틴 강병식(34,넥센 히어로즈)의 표정은 비장했다. 4일 서울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동문회에 참석한 강병식은 올 한해를 돌이켜 달라는 질문에 "꼴찌팀 주장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굳은 표정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선수단 투표에 의해 주장에 선임된 강병식은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넥센의 약진에 앞장서고 싶었지만 왼쪽 어깨 등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77경기에만 출전, 타율 1할7푼4리 2홈런 17타점에 그쳤다. 강병식의 부진 속에 넥센은 창단 이래 최초로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올 시즌 강병식은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주장으로서 부진한 성적이 걸렸기 때문이다. 주장을 수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강병식은 "주장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 줄 수 없기에 중간에서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다. 내 스스로 생각 해봐도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한 해를 돌이켜봤다.
강병식은 내년 넥센 주장이 선출되었냐는 질문에 "아직 뽑지 못했다. 우리는 이번에 납회식 행사가 없어서 내년 1월 시무식이 되어서야 새로 주장을 뽑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누가 선출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선배(송지만)과 후배, 그리고 저 가운데 투표를 통해 되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내심 주장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강병식은 내년에도 주장직을 수행하고 싶냐는 질문에 "참 뭐라고 답하기 애매한 질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올해 우리 팀이 현대 시절까지 포함하면 창단 이래 처음으로 최하위로 처졌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모두 '꼴찌 팀 주장'으로 기억할 것 아닌가"라면서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고 싶지 않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한 번 더 한다면 자신도 있다. "올해 1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명예회복을 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라고 말한 강병식은 "그래도 무엇보다 내년에는 부상당하지 않고 뛰고 싶은 게 첫 번째 바람이다. 올해는 부상에 부진까지 겹쳐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넥센은 올해 '캡틴' 이숭용이 은퇴하며 정신적 지주를 떠나보냈다. 또한 현대 시절부터 뛰어온 내야수 김일경과 박준수까지 2차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선수로 내보내며 이제 30대가 넘은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팀이 됐다. 그 가운데서 강병식은 자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 "내년은 다를 것이다"라는 그의 다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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