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일찍 계약했으니 연봉 협상으로 씨름하지 않아도 되네요".(웃음)
중간 계투 요원으로 국내무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낸 첫 사례가 되었다. 그것도 데뷔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덕분에 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4년 최대 28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하며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정재훈(31. 두산 베어스)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한 정재훈은 우선 협상 기간이던 지난 11월 16일 4년 최대 28억원(22억원 보장, 6억원 옵션)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년 28억원은 국내 무대 계투 요원으로서 2003년 말 진필중(당시 LG)의 4년 30억원에 이은 두 번째 대형 계약이다.

특히 정재훈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 보직으로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남겼다. 그동안 8개 구단 롱릴리프 및 셋업맨들은 선발-마무리 요원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급한 순간 '5분 대기조' 식으로 갑자기 대기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큰 보직임을 감안하면 정재훈의 FA 계약은 국내 프로야구 투수 시장에 시금석이 되기 충분하다.
지난해 23홀드를 기록하며 타이틀을 따내는 동시에 8개 구단 최고의 중간 계투로 활약했던 정재훈은 올 시즌 어깨 부상 여파로 인해 45경기 2승 6패 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87로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팀에서는 오랫동안 공헌한 점과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투수라는 점에서 선수가 만족할 만한 계약 조건을 제시해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실 다른 팀 모자를 쓰면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제가 데뷔한 팀이잖아요. 이 팀에서 그대로 뛰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펼쳤던 활약을 잘 평가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또 만족했고요".
그와 함께 정재훈은 "일찌감치 FA 계약을 맺었으니 전지훈련 출발 전에 연봉 협상으로 씨름하는 일은 없겠네요"라며 웃었다. FA 계약 후 정재훈은 러닝 등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며 자신에게 주어진 휴식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좋은 마무리 투수가 온다면 그 앞에서 제대로 지켜내면서 바통을 이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우리 팀 계투진 강하잖아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면 나 경기에 나올 수 있으려나".(웃음)
중간 계투 요원의 기대치로 총액 30억원에 가까운 계약을 성공시킨 정재훈. 투수들이 꺼려하는 보직에서 성공시대의 첫 걸음을 뗀 정재훈이 'FA 효자'가 되며 중간 계투 FA 후배들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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