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들에게 겨울, 그리고 양복이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2.05 07: 23

지난 10월 야구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모든 경기가 끝났지만 대부분의 야구 선수들은 여전히 운동복을 벗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겨울에 가끔 양복을 입을 일이 생깁니다. 비시즌 동안 야구계의 결혼식, 돌잔치, 시상식이 몰아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양복과 친하지(?) 않은 선수들의 고생이 시작됩니다.
지난 11월 11일 종로구 자비정사에 야구 선수들이 양복을 입고 모였습니다. 전 부산고, 동의대 감독을 지낸 故 조성옥 감독의 영산재가 열린 가운데 추신수, 손아섭, 전병두, 윤지웅, 김태군 등 많은 제자들이 자리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바닥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있던 선수들의 모습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1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가며 불편함을 참으려는 선수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이어졌습니다. 부산서부터 양복을 입고 올라왔다는 윤지웅은 "너무 힘들다. 괜히 양복입고 왔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들이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시상식입니다. 12월에는 언론사, 야구단체의 시상식이 줄지어 있습니다. 선수들은 "행사마다 바꿔 입고 갈 옷이 없어 시상식에 못가겠다"고 푸념할 정도입니다. 시상식에서는 카메라 세례를 받기 때문에 평소 팬들에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강한가 봅니다. 그러나 몇몇 패션 리더들은 시상식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있을 때가 가장 멋있다는 것이 가장 많은 이들의 반응입니다. 그러나 연말에만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양복입은 모습도 팬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선수들의 양복 착용 모습을 계속 보기 위해서는 간혹 패션 완성에 실패한 선수들이 있더라도 다독여주는 관대함이 필요해보입니다.
/ 가을노을
11월 7일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패션에 대한 칭찬을 받고 부끄러워하는 오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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