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칠 선수를 1번에 놓고 물어보면 어떡해".
'빅보이' 이대호(29)를 떠나보낸 롯데 자이언츠가 새 판 짜기에 여념이 없다. 4일 서울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동문회에 참석한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전준우(25)는 1번 타자로 쓰기에는 아까운 재목이 아닌가' 라는 질문에 "내년 4번 타자 후보를 1번에 놓고 물어보면 어떡하냐"며 웃었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4번 타자 이대호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필연적으로 롯데는 이대호의 뒤를 이을 4번 타자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가끔 몸 상태를 이유로 결장할 때를 제외하고 이대호는 줄곧 롯데의 4번 자리를 지켜왔다. 그렇기에 롯데는 어떤 선수가 4번으로 가장 적합한지 실전에서 시험해 볼 기회가 적었다.

양 감독은 "전준우는 내년에 중심타선에서 쳐 줘야 한다. 4번 타자 후보 가운데 하나"라면서 "올해 전준우가 맡았던 1번 타자 자리는 다시 김주찬이 들어갈 예정이다. 원래 톱타자 출신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준우가 만약 4번을 친다면 김주찬이 1번, 손아섭이 3번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 감독은 홍성흔이 4번 타자 자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양 감독은 "그렇게 된다면 김주찬, 손아섭, 전준우, 홍성흔, 강민호, 황재균 이런 순서로 타순을 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 감독은 "내년 타순 예상은 캠프를 치러봐야 윤곽이 드러난다. 선수 기량과 컨디션 등을 시험해봐야 알 수 있다"며 얼마든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이 언급한 전준우와 홍성흔 모두 4번을 맡을 수 있는 재목이다. 올 시즌 전준우는 타율 3할 1리에 11홈런 64타점 97득점 23도루를 기록하며 롯데 톱타자 역할을 100% 수행했다. 오히려 전준우의 장타력은 1번 타자로 놓기 아깝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시즌 막판 전준우의 3번을 시험한 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번으로 출전시켰다. 2010년엔 114경기에만 나서 19홈런을 뽑아낼 정도로 전준우의 장타력은 출중하다.
홍성흔은 올해 타율 3할 6리를 기록하며 4년 연속 3할을 넘겼지만 홈런이 6개로 줄어들며 타점도 67점에 그쳤다. 하지만 타율 3할 5푼 26홈런 116타점을 올렸던 지난해 모습을 되찾는다면 4번 타자로 손색없다.
아직 프로야구 개막까지는 4개월이 남았다. 그 동안 전지훈련과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 여러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또한 두 선수 모두 4번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시즌 초반에는 번갈아가며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포스트 이대호'는 앞으로의 4개월과 시즌 초반 성적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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